최전방 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변신한 '형님' 손흥민(21, 함부르크)이 '아우' 박정빈(19, 그로이터 퓌르트)과 맞대결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손흥민은 3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독일 함부르크 임테흐 아레나에서 끝난 그로이터 퓌르트와 2012-20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2라운드 홈경기서 선발 출격해 후반 10분 그라운드를 밟은 박정빈과 한국인 맞대결을 펼쳤다. 손흥민은 후반 42분까지 활약했고, 교체투입된 박정빈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간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와 함께 줄곧 투톱으로 출격했던 손흥민은 이날은 최전방 자리를 막시밀리안 바이스터에게 양보한 채 바로 밑에 위치해 미드필더의 임무를 수행했다.

손흥민과 함부르크에 실로 중요한 경기였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선수 5번째로 유럽리그 두 자릿수 골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함부르크도 이날 승리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프랑크프루트를 승점 1점 차로 바짝 뒤쫓을 수 있었다. 더구나 상대는 최하위에 처져있는 그로이터 퓌르트.
하지만 몸에 맞지 않은 옷이 문제였다. 이전까지 최전방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손흥민은 장기인 돌파와 슈팅을 보여주기에는 매번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의 한계에 부딪혀야 했다.
전반 초반까지 패스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한 손흥민은 전반 19분 중원에서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전반 36분에는 상대 미드필더의 공을 끝까지 뺏어내며 수비에 공헌하기도 했다.
후반 초반 상대가 공세를 취하자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 일조하는 등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인 손흥민은 이후 좀체 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 34분 감각적인 오버헤드킥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골키퍼 가슴에 안기며 무위에 그쳤다.
후반 10분 뒤늦게 그라운드를 밟은 박정빈은 들어오자마자 그로이터 퓌르트의 상승세에 기름을 부으며 수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근 1달 만에 출전한 박정빈은 '대선배' 손흥민 앞에서 의욕이 앞서며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함부르크는 전반 14분 수비수의 실수로 공을 차단당한 뒤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받은 니콜라 주르디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함부르크도 전반 21분 데니스 아오고의 헤딩 패스를 받은 바이스터가 깔끔한 왼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함부르크는 후반 5분 베스터만의 로빙 패스를 받은 라파엘 반 더 바르트가 상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회심의 슈팅이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함부르크는 이후 역전골을 위해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한 채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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