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연습경기를 치를 때 도미니카 출신 5명 정도가 네덜란드로 귀화해 뛰고 있었다. 경시할 팀이 아니었다”.
12년 전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아니다. 축구 강국으로 알려졌으나 야구에 있어서도 세계 무대의 복병으로 꼽기 충분했다. 2회 대회에서 도미니카를 두 차례 꺾었고 최근에는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꺾기도 했던 팀이다. 한국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이 네덜란드에 0-5 참패를 당했다.
한국은 지난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2013 제3회 WBC B조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0-5으로 패했다. 이날 네덜란드는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애틀랜타 시절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거포로 활약한 앤드류 존스(라쿠텐)를 비롯한 메이저리거, 트리플A 유망주로 구성된 네덜란드는 짜임새 있는 수비와 팀 배팅을 바탕으로 한 공격으로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네덜란드전이 벌어지기 전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일본 미야자키현 기요다케 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연습경기를 준비하던 도중 2년 전 맞붙었던 네덜란드 대표팀과의 경기를 잠시 돌아보았다. 2011년 3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을 치르던 넥센은 네덜란드와의 연습경기에서 6-1로 승리했던 바 있다.
“그 때 이기기는 했는데 네덜란드는 경시할 팀이 아니었다. 당시 대표팀에 도미니카 출신 선수 5명 정도가 네덜란드 국적으로 귀화해 대표팀에 뛰기도 했고 과반수가 중남미 선수들이었다. 힘을 갖춘 팀인 만큼 반드시 이겨서 2라운드 진출을 기정사실화해야 할 텐데”.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중남미 네덜란드령인 큐라소, 아루바 등 섬 출신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3번 타자로 나서 2타점을 올린 로저 베르나디나(워싱턴)가 바로 큐라소 출신이며 지난해 2할9푼1리 5홈런 25타점을 올렸다. 3안타를 터뜨리며 네덜란드 공격 선봉이 된 안드렐톤 시몬스(애틀랜타)도 큐라소 출신. 큐라소, 아루바 및 한때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수리남 공화국 출신 유망주들도 해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에 포착되고 또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하기도 한다.
2년 전을 떠올린 김 감독은 “네덜란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절대 경시하면 안 되는 팀이다”라며 경계심을 비추고 대표팀의 필승을 바랐다. 그러나 대표팀은 4안타 빈공에 투수진, 수비진마저 흔들리며 0-5로 완파당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타선 화력은 역대 최고”라는 자체적인 평을 내놓던 팀이다.
상대를 경시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세계 랭킹 7위 네덜란드는 이미 2009년 2회 대회는 물론이고 야구 월드컵 등을 통해 자신들이 세계 야구계의 복병을 넘어 충분히 강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국가다. 만약 한국의 완패에 상대 경시의 시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굉장히 어리석은 경기를 펼친 셈이다. 첫 경기부터 완패를 당하며 고개 숙인 대표팀은 남은 호주, 대만과의 경기에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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