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혁, “백업이라도 주전 못지않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03 10: 30

“세 명의 포수 중에는 제가 가장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양)의지형 대신 출장 기회를 얻게 된다면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포수 사관 학교’ 두산 베어스가 새로운 대어 포수 배출을 앞두고 있다. 바로 2년차 포수이자 박철우 KIA 타이거즈 코치의 아들인 박세혁(23)이다. 신일고-고려대를 거쳐 지난해 5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세혁은 지난해 6경기 6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프로 1군 무대를 잠깐 경험한 바 있다.
표본은 적었으나 데뷔전만큼은 강렬했다. 지난해 6월 16일 잠실 삼성전에서 팬들 앞에 1군 첫 선을 보인 박세혁은 교체 출장해 장원삼에게 좌중간 2루타, 안지만에게 1타점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2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고 9회에는 상대의 이중 도루를 간파해 강명구의 협살을 유도했다. 젊은 주전 양의지와 강견의 최재훈을 보유한 두산이 또 한 명의 히트상품감을 발견한 순간이다.

현재 박세혁은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자주 출장 기회를 얻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팀과의 경기에서도 정확한 송구를 보여주며 상대 준족들을 잡아내기도. 2월 27일 지바 롯데전에서는 애매한 판정으로 인해 도루 두 개를 내줬으나 타이밍 상으로 보면 태그아웃감이었고 송구 정확도가 탁월했다. 김진욱 감독은 박세혁에 대해 “선발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하고 투수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능력도 갖추고 있는 대형 포수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데뷔 첫 해 1군에 갑자기 부름을 받았었어요. 2군 경기를 뛰고 나서 곧바로 잠실로 이동했는데 그 때 이미 2회 정도 하고 이더라고요. 관중이 많아서 긴장하지 않았냐고요? 아뇨. 연세대랑 정기전을 하면서 겪은 것들이 있는 걸요. 관중이 운집해서 긴장하는 일은 없었어요”.
해태 왕조의 주역 중 한 명으로 활약하며 매서운 방망이를 뽐냈던 아버지 박철우 코치는 박세혁에게 2세 야구 선수로서 항상 겸손함과 성실함을 우선으로 삼으라는 이야기를 아끼지 않는다. 선천적으로 좋은 야구 인자를 물려받은 데다 가르침이 있기 때문인지 박세혁은 자신을 정성껏 지도한 코칭스태프와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연달아 표시했다.
“프로 데뷔 후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1군 콜업 후 이토 쓰토무(지바 롯데 감독) 수석코치님과 고마키 유이치(지바 롯데 불펜 포수) 코치님. 그리고 고정식(중앙대 감독) 코치님께서 리드는 물론이고 송구 정확도를 높이는 데 대한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고 지금 지도해주시는 강성우 코치님께서도 1-1 훈련 속에서 포수로서 갖춰야 할 미덕들을 많이 강조해주세요. 마무리훈련 때는 (최)재훈이가 참가하지 못한 대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다. 박세혁의 현재 룸메이트는 과거 두산의 주전 포수였던 홍성흔. 2008시즌 중 발목 부상 후유증 등으로 인해 포수 포지션을 포기한 뒤 지금은 지명타자 요원으로 타격에 전념하고 있으나 자신이 겪었던 경험에 대해서는 후배에게 아낌없이 전수 중인 홍성흔이다. 박세혁은 선배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포수로서 리드 요령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홍성흔 선배께서 ‘내가 투수에게 먼저 다가가서 파이팅과 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점을 강조하십니다”.
“아버지께서 지난해 안 좋았던 점을 되풀이하지 말고 항상 힘내라고 격려해 주신다”라며 웃은 박세혁. 좋은 잠재력과 실력을 갖췄으나 두산 포수진 요원들이 모두 전도유망하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박세혁의 야구인생 초반의 험로와 같다. 박세혁은 “나는 넘버3 포수”라며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만에 하나 있을 지 모르는 양의지, 최재훈 등의 결장 공백이 무색한 활약으로 팀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 명의 포수들 중에는 제가 마지막 순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캠프에서 느낀 점이 많은 만큼 그 점들을 모두 1군에서 경기력에 다 쏟고 싶어요. 지난 시즌보다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공-수에서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제가 1군 무대에서 마스크를 쓰고 뛸 때 백업 포수라고 해도 ‘주전 공백이 없다’라는 평을 받고 싶습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