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를 통해 나 자신에게 자신감이 생긴다. WBC 감독이나 아시안게임, 올림픽 감독을 하게 된다면 하고 싶다. 하기 싫어하는 감독도 있지만 어차피 매 맞을 것 한 번 해보고 싶다.”
약 16개월 전의 일이다. 류중일(50) 감독은 2011년 11월 삼성 부임 첫 해 팀의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우승에 더불어 대만 타이중에서 한국 팀 최초 아시아시리즈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외국인 선발투수 2명이 빠졌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재활 등의 이유로 불참한 악조건 속에서도 류 감독은 한국야구 새 역사를 썼다. 그리고는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정상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보였었다.

류 감독이 바라봤던 도전은 금방 현실로 다가왔다. 삼성은 2012시즌 이전해보다 강한 전력으로 2연패에 성공했고 류 감독은 제3회 WBC 국가대표 사령탑에 올랐다. 흔히 ‘잘해야 본전’이라는, 실패했을 때의 충격이 너무 큰 자리를 프로야구 감독 부임 3년차를 맞이하며 맡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타이중에서 류 감독은 WBC 첫 경기 완패를 당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단기전 필승전략인 1+1 투수 운용이 실패했고 명유격수 출신으로서 수없이 강조한 안정적인 수비도 실종됐다. 믿었던 노경은이 5회말 승계주자를 막지 못해 점수차가 벌어졌다. 또한 내야진은 1루수 이대호를 제외한 모두가 번갈아 실수하며 에러 4개를 범했다. 덧붙여 연습경기서도 빈타에 허덕였던 타선은 본 경기 역시 4안타 무득점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이제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1라운드 남은 호주전과 대만전에서도 이대로라면 부진 탈출을 장담할 수 없다. 2011 아시아시리즈 당시만 해도 호주 팀과 치른 첫 경기를 무난히 가져가며 계획한 최상의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에는 출발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물론 반전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호주와 대만 모두 구위하나로 타자를 압도할만한 투수는 없다. 대만전에서 대만 선발투수 판웨이룬이 나올 수 있지만 호주전을 통해 드러난 천홍원-궈홍치의 구위는 그리 좋지 않았다. 150km를 넘게 찍는다는 천홍원은 직구 구속이 140km 초반대였고 궈홍치는 여전히 메이저리그서 뛰던 시절의 구위가 아니었다.
타격감 회복이 전적으로 상대 투수에 달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구위가 빼어난 투수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 그만큼 타격감을 찾는 것도 빨라질 수 있다. 4년 전 WBC 1라운드 일본전에서 콜드패했던 것만 돌아봐도 야구는 매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국가대표 사령탑 류중일에게 타이중이 이전의 다짐대로 ‘약속의 땅’이 될지, 아니면 ‘악몽의 땅’으로 돌아올지 3일 후에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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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 =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