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려는 자와 밀리지 않으려는 자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야구단 수용이 포화 상태에 이른 오키나와에서의 자리싸움 이야기다.
일본 큐슈에서 685㎞ 떨어진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 완전히 다른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기가 끝나는 2월 중순에는 최고 기온이 20도 가까이까지 오른다. 바람이 불어 다소 쌀쌀한 감은 있지만 최저 기온도 1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운동을 하기에는 적당한 날씨다. 반대로 한여름에는 본토보다 덜 덥다. 이런 조건에 일본 프로팀들은 물론 한국 프로팀들도 전지훈련지로 오키나와를 찾고 있다.
오키나와시도 이런 조건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프로팀을 유치 중이다. 오키나와 곳곳에는 종합 스포츠 타운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전지훈련의 메카로 조성해 지역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미 오키나와 전 지역에 퍼져 있는 야구장은 각 프로팀들도 북적대고 있다. 포화 상태다.

현재 오키나와에 전지훈련을 차리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팀은 총 8팀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오키나와로 온 일본 프로팀은 니혼햄, 주니치, 야쿠르트, 요코하마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지바 롯데, 한신, 오릭스도 오키나와를 찾는다. 나하 근처에 최신식 경기장을 지은 요미우리도 오키나와에 합류한 후발 주자 중 하나다. 1군만이 아니다. 2군들도 대거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군 경기장도 따로 필요하다.
여기에 한국 프로팀들도 총 6팀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삼성은 온나손의 아카마 볼파크, KIA는 긴쵸의 긴쵸 구장, SK는 우루마시의 구시가와 구장, LG는 우루마시의 이시가와 구장, 한화는 고친다 구장을 베이스캠프로 사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야구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넥센은 경기장을 구하지 못해 매일 경기장을 옮겨 다니며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 내년부터 오키나와 캠프를 계획하고 있는 NC도 경기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야구장은 한정되어 있는데 들어오려는 자들이 많으니 자리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민경삼 SK 단장은 “한 팀이 들어와 기존에 있던 팀을 밀어내면 그 팀은 다른 팀을 밀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야구장 사용 때문에 시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SK는 2002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구시가와 경기장을 노리는 팀들이 있어 시 관계자들을 상대로 단속에 힘을 쓰고 있다.
이런 사정은 오키나와 내에서도 비교적 최신식 경기장을 쓰는 KIA도 마찬가지다. KIA 관계자는 “일본 팀들이 이 경기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했다. 서둘러 임대 계약을 맺었지만 불안감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카마 볼파크를 장기 임대한 삼성은 아예 팀에서 예산을 배정해 실내 체육관을 지었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동시에 일종의 영역 표시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한화도 최근 고친다 구장의 임대 계약을 마무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렇다면 국내 프로팀들이 사용하는 각 경기장 중 으뜸은 어디일까. 각자 특색이 있다. 전반적인 시설은 삼성의 아카마 볼파크가 가장 좋다. 오키나와 서쪽 바닷가와 근접한 아카마 볼파크는 야구장 시설이 비교적 훌륭함은 물론 선수단 숙소와도 가까워 시간적 이점도 있다. 실내 연습장까지 완공됨에 따라 선수들의 훈련 계획을 짜기도 더 수월해졌다.
야구장만 놓고 보면 작년 신축한 긴쵸 구장이 가장 좋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축구장 답게 깔끔한 시설과 훌륭한 그라운드를 보유하고 있다. 잔디는 일본 팀들의 경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일본 팀들이 눈독을 들일만한 시설이다. 아직 스포츠 타운 공사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는 있지만 2015년 정도에는 재활 센터 신축을 비롯한 모든 공사가 완료될 것이라는 게 KIA의 설명이다.
SK가 사용하고 있는 구시가와 구장은 상대적으로 낡은 경기장이다. 다만 구시가와 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실내 체육관은 오키나와 내에서도 최고 시설로 타 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가 약 80m로 4면으로 나누어 타격 연습을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SK 관계자는 “야구 경기만 빼고 모든 훈련을 다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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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베이스캠프인 긴쵸 구장. 경기장 규모는 센터 122m, 좌우 100m로 국내의 웬만한 경기장보다 더 크다. 야구장 인근에는 2015년까지 보조 경기장과 재활 센터를 비롯한 스포츠 시설들이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