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2006 도하 참사냐 2009 도쿄 반전이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03 08: 03

충격적인 출발이다. 과연 이대로 무너지느냐 다시 일어서느냐의 기로에 섰다. 
한국야구대표팀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3 WBC 1라운드 B조 예선 첫 경기 네덜란드전 0-5 굴욕적인 영봉패를 당했다. 그동안 야구의 변방으로 취급받은 네덜란드에게 공수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자멸하다시피 무너졌다. 1라운드 남은 2경기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대만 결과에 따라 한국의 운명도 결정된다. 
이날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1라운드 조기 탈락의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는 각 조 4개팀 중 2개팀이 2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네덜란드와 대만이 나란히 1승씩 먼저 거두게 됨에 따라 한국은 여러가지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게 됐다. 남은 2경기에서 승패 뿐만 아니라 득실차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심리적인 압박감은 한국야구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억되는 2006년 도하아시안 게임을 연상시킨다. 당시 대회는 풀리그로 치러졌는데 첫 경기 대만전이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에이스 손민한을 내세우고도 대만의 강력한 파워 배팅에 당하며 2-4로 패하는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우승이 유일한 목적이었기에 충격의 강도는 컸다. 
여파는 일본전까지 이어졌다. 금메달의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가고자 했으나 실업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류현진과 오승환을 내고도 7-10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금메달은커녕 은메달도 따지 못하며 쑥스러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첫 경기 패배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심리적으로 무너졌고, 일본전에서도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아픈 기억이었다.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우뚝 일어선 반전의 기억도 있다. 바로 4년 전 WBC에서 그랬다. 당시 한국은 1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을 9-0으로 완성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두번째 경기였던 일본전에서 2-14로 굴욕적인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일본 킬러였던 김광현이 1⅓이닝 8실점으로 무참하게 난타당하며 무너졌고여기저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한국은 바로 다음 경기였던 중국전에서 14-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며 전열을 가다듬은 뒤 1~2위 결정전에서 다시 만난 일본을 1-0으로 제압, 조 1위로 결선 무대에 진출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이후 결선에서도 멕시코-일본-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까지 오르며 '아름다운 준우승' 신화를 썼다. 일본전 콜드게임이 결과적으로 좋은 자극제가 됐다. 
다만 이번 WBC의 경우 한국이 자력으로 2라운드 진출이 어려워졌다는 점, 경우의 수를 따질 경우 득실차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남은 2경기에서 선수단이 느껴야 할 심리적인 압박감이 더 커졌다. 과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처럼 그대로 무너질지 아니면 2009년 WBC처럼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