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는 풀스윙? 천만의 말씀" SK 美코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03 10: 00

흔히 메이저리그(MLB)는 대체로 큰 스윙을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일본은 그 반대지점이고 우리는 중간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MLB에서 오랜 기간 선수와 코치로 활동한 맥스 베너블 SK 타격코치의 지도방식을 보면 그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K의 새 타격코치로 부임한 베너블 코치는 현역 시절 강타자는 아니었다. 다만 코치가 꼭 스타 출신일 필요는 없다. 베너블 코치는 미국과 일본프로야구를 두루 거쳤다. 지도자 경력도 풍부한 편이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 프로 선수와는 다르게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해박한 타격 이론과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SK가 베너블 코치의 경력에 가산점을 준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미국 방식에 길들여져 있는 베너블 코치가 부임함에 따라 SK 타자들의 스윙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SK는 지난해 팀 홈런수가 급증했지만 타율은 8개 구단 중에서도 바닥을 기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방망이였다. 하지만 베너블 코치의 지도방식을 보면 이런 우려는 잠시 접어둬도 될 것 같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MLB식 지도 방식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베너블 코치는 팀 배팅의 신봉자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 우타자가 당겨 치거나 큰 스윙을 시도하면 당장 불호령이 떨어진다. “왜 밀어치는 팀 배팅을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또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는 당연히 공격적인 스윙을 지시하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신중한 타격을 주문하는 편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베너블 코치가 삼진 당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귀띔했다. 어찌 보면 의외의 지도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베너블 코치의 지도방식은 SK 타선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2일 KIA와의 연습경기에서 이를 상징하는 장면이 나왔다. SK는 3회 선두타자 조인성의 우중간 안타와 상대 중계 플레이 실수로 무사 2루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후속타자 김성현은 방망이를 짧게 잡고 끈질기게 밀어쳤다. 몇 차례 파울을 만들어내며 상대 투수 양현종을 괴롭혔다.
성과는 끝내 나타났다. 결국 우전안타를 만들어내며 조인성을 3루까지 보내는 데 성공했다. 안타가 되지 않고 1루수에 잡혔어도 조인성이 3루까지 가는데는 큰 무리가 없는 타구였다. 베너블 코치가 말한 팀 배팅을 제대로 실현한 장면이었다. 이를 바라본 SK의 한 관계자는 “120점짜리 타격”이라고 흐뭇해했다. 김성현의 이 밀어치기는 이후 연속 안타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되며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다.
베너블 코치의 몫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SK에는 가능성 있는 젊은 야수들이 많다. 이명기 한동민 조성우 박승욱 김성현 김재현 등 SK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 할 야수들이 코칭스태프의 꾸준한 실험을 받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타자들인 만큼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너블 코치의 ‘기본 중시’는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본이 있을 때 장타도 나올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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