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적인 영봉패. 타순 조정이 있을까.
한국야구대표팀에게 2일(한국시간) WBC 1라운드 B조 예선 첫 경기 네덜란드전은 굴욕적인 패배였다. 특히, 타선이 산발 4안타에 그치며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하며 0-5 영봉패했다. 투수진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야수진의 경우 멤버 자체만 놓고보면 역대 최강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으나 연습경기 때부터 잠잠하더니 실전에서도 터지지 않았다.
한국의 영봉패는 지난 1998년 드림팀 출범 이래 역대 4번째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 미국전 0-4,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 예선 일본전 0-2, 2006년 WBC 준결승 일본전 0-6 패배에 이어 이날 네덜란드전 패배까지 4번밖에 되지 않는다. 전통의 강호 미국-일본에 비해 야구의 변방국으로 취급된 네덜란드에 당한 영봉패라 더 충격적이다.

이날 한국은 정근우-이용규로 테이블세터를 짜고, 김태균-이대호-김현수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했다. 하위타선은 전준우-강민호-강정호-최정으로 구축됐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홈런 2~3위를 차지한 최정과 강정호가 8~9번 타순에 배치될 정도로 강력한 타선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산발 4안타였고, 잔루만 6개남길 만큼 집중타 부재에 시달렸다.
일단 테이블세터가 부진했다. 2번 타순에 배치된 이용규가 특유의 끈질긴 커트 능력을 발휘하며 볼넷 2개를 골라내며 2타수 무안타를 만회했지만, 공격의 선봉에 선 1번타자 정근우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이 겹쳤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용규-정근우의 위치 조정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심타선도 기대이하였다. 김태균이 4타수 1안타, 이대호가 3타수 무안타 1볼넷, 김현수가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합작 10타수 2안타 2볼넷을 기록했다. 특히 이대호와 김현수는 4회초 득점권 찬스에서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타선의 연결이 원활하지 못했고, 중심타선의 뚜렷한 상생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안타와 볼넷을 1개씩 골라낸 김현수가 3번으로 전진배치해 출루율을 높인 뒤 김태균과 이대호가 4~5번에서 찬스를 살리는 타순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 연습경기 때부터 타격감이 안 좋은 이대호를 빼고, 노련한 이승엽을 주전으로 내세울 수도 있지만 이제 고작 한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위타선도 조정 가능성이 있다. 6번 타순에 선발로 나온 전준우가 2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이진영이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7번타자 강민호가 삼진을 2개나 당하는 등 찬스에서 흐름을 끊었다는 점에서 유일하게 2안타 멀티히트를 때린 9번 최정을 7번 타순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고려된다.
한국은 남은 호주-대만전에서 승패는 물론이고 득실차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득점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공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화된 타순을 짜내야 한다. 류중일 감독은 과연 과감한 변화를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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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