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하나를 해결하면 또 하나의 장애물이 나타난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김주형(28, KIA)의 앞에 수비 불안 해결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주어졌다.
김주형은 올 겨울 험난한 여정을 밟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2013년을 시작했으나 완주하지 못했다. 부상이 아니었음에도 중국 징홍시에 위치한 2군 캠프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동렬 KIA 감독은 “절박함을 가지고 야구를 하라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종의 자극제였다.
“열심히 하면 기회를 준다”라고 밝힌 선 감독은 지난달 28일 김주형을 다시 팀의 2차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오키나와로 불러들였다. 전지훈련 종료까지 1주일 남은 시점이었지만 중국에서의 훈련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캠프에 합류한 이후에는 연습경기에도 내보내고 있다. 김주형은 1일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출전한 것에 이어 2일 SK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선발 1루수로 출전했다.

타격 성적은 2경기에서 8타수 1안타(.125)다. 다만 타격은 수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고 실전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재능은 있는 선수인 만큼 앞으로 계속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다. SK와의 경기는 김주형의 수비가 아직은 미해결 과제임을 드러내는 한 판이었다.
첫 장면은 3회였다. 조인성의 우중간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2루에서 김성현이 밀어 친 타구가 1·2루간을 향했다. 타구가 까다롭기는 했으나 김주형이 잡을 수도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타구는 김주형의 옆을 스쳐가며 우전안타로 연결됐다.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투수들로서는 다소간 힘이 빠지는 플레이”라고 지적했다.
3-6으로 뒤진 7회에는 뼈아픈 실책이 나왔다. 1사 1,3루에서 한동민의 타구가 김주형의 앞으로 굴렀다. 홈으로 달리던 3루 주자 조동화와 승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김주형이 악송구를 저지르며 주지 않아도 될 법한 점수를 줬다. 그 사이 1루 주자 조성우는 3루까지 진루했고 이는 이후 2점의 추가점을 내주는 빌미로 작용했다.
KIA는 1루에 최희섭, 3루에 이범호가 버티고 있다. 다만 부상 전력이 있다는 것이 걸린다. 한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주형은 타격만큼 수비에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차라리 일찍 문제가 불거진 것이 낫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연습경기인 만큼 만회의 기회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날 불안한 수비에도 불구하고 경기 끝까지 김주형을 빼지 않은 선동렬 감독의 믿음에도 이와 같은 전제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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