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진 죽음? '서영이', 어찌 봐도 해피엔딩인 까닭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3.03 08: 58

KBS 2TV 주말연속극 '내딸 서영이'(이하 서영이)가 오늘(3일) 마침내 종영한다. 지난해 9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해 50부작으로 마무리되는 이 드라마는 46회에서 자체최고시청률 46.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명실상부 국민드라마의 전당에 안착한 이 작품은 상처로 가득했던 여주인공 서영(이보영 분)을 중심으로 등장하는 모든 가족들의 화해와 결합을 그려내며 온기 가득한 엔딩을 예고하고 있다.
무능력했던 아버지를 등지고 거짓된 삶을 살았던 서영이란 인물은 패륜아에 가까운 캐릭터로 손가락질 받을 만 했지만 회를 거듭하며 그의 선택에 대한 명분이 드러나 일부의 막장 논란을 잠재우기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삼재(천호진 분)의 희생 강한 부정(父情)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딸이 자신을 원망하며 유학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재벌가의 며느리가 됐단 사실을 알고도 그저 스스로에 대한 참회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희생의 날들을 보낸 아버지다.
신분을 위장하고 사위 우재(이상윤 분)와 딸 서영의 주위를 맴돌면서 눈물겨운 부정을 보여준 삼재의 행보는 패륜적인 행동을 저지른 서영에게까지 면죄부를 주게 만들었다. 결국 후반부에 들어와 극적으로 화해한 부녀의 이야기는 이 세상 많은 가족들에게 반성 혹은 공감의 기회를 선사하며 감동을 안긴 참이다.

흐름상 해피엔딩이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아직 삼재의 건강 적신호가 꺼지지 않았지만 혹 삼재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도 이를 두고 새드엔딩이라 하기도 어렵다. 노쇠한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해 헌신했고 그 덕분에 뒤늦게나마 위대한 부정을 깨달은 서영과 상우(박해진 분) 남매가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중한 앞날을 살아가면 그만이다. 아버지란 존재가 함께 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혹, 그리되지 못하더라도 남매의 삶에는 아버지라는 위대한 이름이 늘 따라다니게 될 것이므로.
뿐만 아니다. 서영과 우재는 한 번의 이혼 끝에 소중한 재결합에 성공했고 자칫 겹사돈이 될까 미경(박정아 분)과의 사랑을 끝내야 했던 상우는 호정(최윤영 분)과의 진정한 부부애를 쌓아가고 있다. 우재 부모와 호정 부모는 황혼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혼부부 같은 나날들을 보내며 요즘의 권태로운 중년 부부들에게 귀감이 되어줬다. 누구 하나 불행하지 않은 삶, 고통 끝에 낙이 오고, 죽을 것 같던 시련도 언젠가는 종결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많은 등장인물들의 행보를 통해 일깨워 준 것이다.
'서영이'에게 있어 삼재의 존재는 이제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삼재는 무능하고 방탕했던 지날 날을 속죄할 만큼 남매에게 헌신하며 살았고 결국 스스로에게, 또 자식들로부터 사죄 받게 됐다. 뒤늦게 아버지의 진심과 희생을 깨달은 서영, 그리고 상우 남매는 그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죽고 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가족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결합이었다. 삼재가 혹시 죽는다고 해도 새드엔딩이 아닌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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