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어저께TV] 기발한 발상이 만들어낸 유쾌한 이야기였다. '무도'만의, 김태호 PD다운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기대 이상의 큰 웃음을 주고 의외의 교훈까지 선사한 날이다.
어저께(2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는 '나vs나'란 타이틀 하에 2012년 2월의 건강검진 결과와 꼭 1년이 흐른 현재 멤버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비교한 아이템이 전파를 탔다. 1년 전 멤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제작진을 따라 건강검진을 받았고 올해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건강을 체크한 결과를 비교 당했다(?). 누군가는 1년 전에 비해 체중이 늘었고, 누군가는 체지방이 줄고 근육량이 늘었다. 심지어 1년 만에 키가 1cm 줄어든 이도 있었다. 고지혈증, 신장결석, 담낭용종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멤버들도 눈에 띄었다. 정확히 1년 전과 후, '무도'를 지켜온 멤버들의 신체 건강의 변화가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건강검진을 지나 이어진 체력테스트도 마찬가지였다. 상당수의 멤버들이 1년 전의 기록에 못 미쳤다. 윗몸 일으키기, 제자리 멀리 뛰기, 턱걸이, 릴레이 등이 이어졌다. 기본적인 체력장 코스지만 1년 전의 내 기록과 대결한다는 전제 하에 열과 성을 다한 멤버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혔다. 하지만 1년 전의 쌩쌩한 나는 그 곳에 없었다. 더 살찌고 더 느려진 병든(?) 내가 있을 뿐. 검진 결과 지난 1년간 꾸준한 운동과 몸만들기에 전념했던 유재석과 최근 결혼에 골인한 하하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체력테스트 결과 작년의 나를 이긴 이는 유재석 길 박명수 정준하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이날 방송분에서 더욱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1년 전과 똑같은 운동장에서 촬영된 멤버들의 모습과 최근 촬영한 모습을 합성해 비교한 부분. 주황색 운동복을 입은 2013년의 유재석과 연두색 운동복을 입은 2012년의 유재석이 같은 트랙을 달리는 모습을 동시 비교한 것이다. 이 이색적인 화면 구성은 단순한 기록 비교를 넘어 육안으로 흐름을 따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더 살찐 몸집, 느려진 팔다리가 여과 없이 시청자들의 눈에 걸려들었다.
결국 '나vs나' 편은 멤버들은 물론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까지 각성의 토대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1년 전에 비해 뒤뚱대는 정형돈의 모습이나 5년 전에 실패한 뒤로 100m 뛰기에서 극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유재석의 모습을 대하며 그저 웃음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국민MC' 유재석은 예상대로 철저한 자기 관리의 성과를 입증했고 노홍철은 역변으로, 정형돈은 과식으로 인한 위기 징후를 보였다. 결국 식단이나 운동 등 철저한 자기 관리만이 건강은 물론 성공의 열쇠라는 이 보편의 진리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시 설파(說破)되기에 이른 것.
그래서 이날의 특별한 아이템은 왜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무도', '무도' 하는지를 깨닫게 했다. 참으로 '무도' 답고 김태호 PD스러운 '나vs나' 편은 '무도'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그 어떤 추격전보다도 스릴 넘치고 재미났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는 발상, 1년을 한 달처럼 살고 있는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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