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조정훈, “3년 전, 선택 여지가 없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03 14: 07

“많이 아쉬웠지요. 그렇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잖아요”.
4년 전 리그 다승왕이자 최고의 포크볼러로 승승장구하던 우완 에이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고 결국 수술대에 오른 뒤 병역의무를 택하며 3년 가까이 실전 공백을 가졌다. 2009년 공동 다승왕(14승) 출신 조정훈(28, 롯데 자이언츠)이 완벽한 몸과 마음으로 전열 합류를 꿈꾼다.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200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조정훈은 차근차근 단계별로 성장해나가며 1군 진입을 노리다 2008시즌부터 5선발로서 1군에서 기회를 얻었다. 그해 조정훈의 성적은 14경기 5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15로 투구 내용이 좋았다.

2009시즌 조정훈은 롯데 마운드의 황태자가 되었다. 그해 조정훈은 결정구로도 유인구로도 최고의 위력을 과시한 포크볼을 던지며 14승 9패 평균자책점 4.05로 공동 다승왕좌에 올랐다. 그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7이닝 2실점 쾌투를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여기까지만해도 조정훈은 롯데의 현재이자 미래인 에이스, 그리고 이듬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무혈입성도 가능해보였다.
호재는 악재를 끌고 왔다. 2010년 조정훈은 팔꿈치 부상으로 신음하며 5승 3패 평균자책점 4.94의 성적을 남긴 뒤 수술과 함께 공익근무를 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어깨 통증으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다. 병역의무 2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충분한 재활을 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현재 조정훈은 소집해제 후 롯데의 일본 가고시마 캠프에서 몸 만들기에 한창이다. 김시진 감독은 조정훈에게 당장의 활약보다 제대로 몸을 만들고 1군 전열에 합류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는 선수 본인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최근까지 불펜투구를 하다가 약간 안 좋아서 재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6~70%까지 올렸다가 잠시 쉬는 중이라고나 할까요. 이미지 트레이닝에 주력했어요.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좋은 생각,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몸을 완벽하게 만들고 1군에 복귀한다면 조정훈은 예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을 던질 수 있을 전망이다. 아프지 않다는 전제 하에 4년 전 다소 계투가 취약하다는 평을 받던 롯데는 김사율의 안정화와 함께 정대현, 김성배, 최대성 등의 가세로 계투진의 힘이 부쩍 높아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선발 투수로서 뒷일을 편하게 생각하고 던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계투진에 힘이 생겼잖아요. 기존 동료들에다가 정대현 선배, 김성배 선배가 왔고 (최)대성이도 자리 잡았고요. 계투-마무리 보직이 안정화되었으니 저 또한 던지기 좋은 환경에서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인 만큼 아무 소용이 없는 가정이지만 3년 전 부상이 없었더라면 조정훈은 지금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명예는 물론 병역 혜택의 기회까지. 그러나 그 꿈들이 부상으로 인해 신기루가 되어 사라졌다. 조정훈은 이미 지난 일인 만큼 덤덤하게 돌아봤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요. 그렇지만 아파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병역 의무와 함께 충분한 재활을 거쳤다는 점은 그래도 그의 향후 야구 인생이 모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복귀 첫 시즌 조정훈의 가장 큰 바람은 아프지 않고 1년을 보내는 것이다. 다른 타자들을 이길 수 있는 좋은 무기가 있더라도 몸이 아프면 그 어떤 것도 소용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조정훈인 만큼 그는 성급한 복귀 대신 차근차근 완벽한 몸을 만들고 다음 발걸음을 옮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아프고 한 시즌 나기에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몇 승을 올리겠다는 목표보다 재활 일정과 몸 만들기를 착실히 해나가며 아프지 않고 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6~7월 복귀 예정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때는 기온이 높으니까 그 정도 되면 몸 상태가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니까요. 제 스스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아프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아직도 젊은 3년 전의 에이스는 힘찬 도약을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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