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에서 국민드라마로..'서영이'의 마법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03.04 07: 09

시작은 막장이었지만 그 끝은 국민드라마였다.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는 자극적인 설정으로 막장드라마의 길을 걷는 듯 했으나 결국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큰 울림을 선사하는 명품드라마의 모습으로 막을 내렸다.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내 딸 서영이’(이하 ‘서영이’)가 지난 3일 오후 50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약 6개월간의 시간동안 이 드라마가 선보인 설정과 전개들은 흔하디흔한 것들이었지만, ‘서영이’가 부린 마법은 그 모든 약점을 명품으로 변모시켰다.
‘서영이’가 가진 큰 틀은 아버지를 버린 딸 서영(이보영 분)의 이야기다. 또한 서영이는 아버지를 존재를 숨기기 위해 아버지가 죽었다는 대단한 거짓말까지 일삼으며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갔다. 또한 서영의 시누이인 미경(박정아 분)과 서영의 쌍둥이 동생 상우(박해진 분)는 연인 관계였지만 서영 때문에 이별을 택하고, 우재(이상윤 분)의 아버지 기범(최정우 분)은 소미(조은숙 분)와의 사이에서 성재(이정신 분)를 얻지만 부인 지선(김헤옥 분)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성재를 아들처럼 키운다. 이처럼 ‘서영이’에는 많은 등장인물만큼 여러 가지 막장 설정들이 등장한다.

연기자들의 호연은 ‘서영이’의 자극적인 전개에 정당성을 부여할 만큼 눈부셨다. 특히 서영의 아버지 삼재 역을 맡은 천호진은 딸의 인생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아버지부터 눈물 겨운 부성애를 가진 아버지까지 큰 차이를 가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특히 천호진은 딸 서영을 그리워하지만 남몰래 앓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삼재를 연기하며 주말 밤 남녀노소의 눈물을 쏙 빼 놨다.
천호진 뿐 아니라 주인공 이보영의 열연도 ‘서영이’의 성공 요인이었다. 그가 연기하는 서영은 단순한 선이거나 악이 아닌 선과 악이 혼재된 인물이다. 이보영은 패륜임에 분명한 짓을 저지르고 있지만 시청자로 하여금 그 당위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복잡한 인물인 서영을 탁월하게 연기해냈다. 또한 이보영은 극 초반 우울하고 폐쇄적이었던 서영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드라마의 큰 축인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박해진, 최윤영, 이상윤, 박정아 등의 젊은 배우들과 최정우, 김혜옥, 홍요섭, 송옥숙, 조은숙 등의 중견 배우들은 극의 무게감을 더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서영이’에서는 연기에 첫 도전하는 가수 출신 연기자 이정신마저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혹자는 드라마가 작가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극의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작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서영이’의 소현경 작가는 무모해 보였던 여러 가지 설정들을 chacha하게 엮어내며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가 브라운관을 통해 내어놓는 밥상은 흔한 재료로 자극적인 향을 풍길지는 모르겠지만 훌륭한 조합과 요리법으로 맛있는 끝맛을 남겼다.
특히 극중 나쁜 아버지 삼재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고 아버지를 버린 서영이 아버지와 용서와 화해를 나누는 동안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했다. 이 뿐 아니라 지선이 성재를 자신의 진짜 아들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진실된 모성애를, 상우와 호정의 굴곡 많은 사랑 이야기에서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전달했다.
‘서영이’는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누구 하나 불행한 사람 없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해피엔딩이었다.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서영이'는 잊을 수 없는 국민드라마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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