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분위기는 뜨거웠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나 모두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러나 캠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뜨거운 것은 아니다.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구단 프런트들은 누구보다 차가운 머리와 함께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이들이 있기에 캠프는 균형을 맞추며 돌아갈 수 있다.
프로야구 9개 구단의 전지훈련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거의 모든 팀들이 4~6일 사이에 전지훈련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라 9일부터 시작될 시범경기에 대비한다. 플로리다와 오키나와를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인 SK도 4일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5일 귀국한다. 2달 가까이 초긴장 상태에서 업무에 열중했던 프런트들도 “이제 끝이 보인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지훈련에는 수많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참여한다. SK의 오키나와 2차 캠프에도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합쳐 총 58명의 대규모 인원이 모였다. 경기장 섭외는 물론 숙박, 차량, 음식, 선수 용품 지원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이는 보통 구단 운영팀에서 담당해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정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는 것이 이들의 작은 하소연이다.

각 구단의 운영팀 직원들은 대부분 10명 내외다. SK 운영팀도 총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프링캠프는 워낙 큰 행사이기 때문에 현지에 나가는 직원들이 많아 그나마 그 11명도 찢어진다. 각자 할 몫은 배가된다. 올해 캠프에도 진상봉 운영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오키나와에 상주하며 선수단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몇몇은 광저우에 위치한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에 나가 있다. 연례행사라고는 하지만 선수들 못지않게 집의 음식과 가족들이 생각날 법하다.
내부의 일은 물론 대외적인 얼굴마담이 되기도 한다. 일본 현지 관계자들과의 연락과 미래를 대비한 관계 구축도 다 이들의 몫이다. 오랜 기간 오키나와를 찾으며 인적 네트워크가 쌓이기는 했지만 항상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캠프가 무난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때로는 싸우기도, 때로는 달래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선수들은 알 수 없는, 알아서도 안 되는 운영팀 만의 고충이다.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운영팀은 선수단보다 훨씬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1년을 산다. 진상봉 팀장은 “보통 6개월을 먼저 앞서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방 끝나는 일도 있지만 전지훈련과 같이 1~2달 만에 준비할 수 없는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 전지훈련도 6개월 전 기획·섭외가 모두 마무리됐다. 전쟁으로 따지면 가장 먼저 적진에 들어가 가장 나중에 빠져 나오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전지훈련이 무사히 끝나가고 있지만 귀국 이후에도 마음 놓고 쉴 수 없다. 업무는 계속 이어진다. 진 팀장은 “일단 들어가면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이 연달아 이어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지원 업무를 해야 한다. 시즌이 끝나면 연봉협상이 있고 외국인 선발도 운영팀의 몫이다. 그 다음은 다시 전지훈련이 이어진다.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계속 뛰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그래도 보람은 있다. 전지훈련과 같은 큰 행사가 끝날 때는 직원들끼리 맥주 한 잔씩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한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있기에 거대한 조직이 돌아가는 것이다. 캠프 기간 중 윤활유 몫을 톡톡히 한 SK프런트들은 5일 정산 업무 등 마무리 작업을 모두 끝낸 뒤 가장 마지막으로 오키나와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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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오키나와 베이스캠프인 구시가와 시영구장 전경.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