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KBS 2TV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이하 ‘서영이’)가 가족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며 마무리 됐다.
지난 3일 방송된 ‘서영이’ 최종회에서는 삼재(천호진 분)와 서영(이보영 분)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고 다시 가족으로 모이는 모습이 그려졌다. 또 서영과 우재(이상윤 분)도 자존심을 앞세웠던 예전의 모습을 거두고 진심을 확인했고 상우(박해진 분)와 호정(최윤영 분)은 결혼 후 알콩달콩한 연애를 이어갔다.
특히 ‘서영이’는 그 동안 많은 작품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뤘던 것과는 달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앞세워 가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졌던 이 시대 아버지의 고민과,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자식의 아픈 사랑을 농밀하게 그려냈다.

번번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딸과 그런 딸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자신을 버린 딸 주위를 맴돌며 애달픈 눈물을 흘리는 삼재는 각자의 너무나 분명한 입장에 그 누구도 쉽게 돌을 던지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무능력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영민한 딸과, 아무것도 제대로 해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자존심은 끝까지 지키고 싶은, 자식 앞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권위적인 아버지 삼재의 어긋남은 극적 장치들이 다소 자극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각박한 소시민의 현실 속에서 표현이 서툰 보통의 아버지를 가진 시청자들은 ‘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역지사지를 통해 서영을 쉽게 비난할 수 없었고 “아버지의 방식대로 사랑하지 말라”고 울부짖는 서영의 모습에 함께 눈물지었다.
또한 아버지인줄만 알았던 삼재도 누군가의 자식이었으며, 삼재가 그의 부모를 보며 느꼈던 절망감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왔던 것과 자식을 위해 꿈을 포기할 정도로 그들을 아끼고 사랑했다는 사실은 가장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일임에도 큰 충격으로 다가와 이들이 소통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데 물꼬를 터줬다.
이에 서영은 아버지가 만들어주던 둥지처럼 자신의 아이를 따뜻한 품에 꼭 안고 포근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았으며 이들이 서로에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하다고 인사를 전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도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또 성공한 아버지지만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툰 강기범(최정우 분)과 소모품으로 지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은 최민석(홍요섭 분) 등 이 시대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시크한 딸 미경(박정아 분)과 다정한 딸 호정(최윤영 분) 등의 다양한 관계도 시청자의 선택의 폭을 높였다.
그 누구도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경우에서 그를 오롯이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서영이’는 50부작을 흘러오는 동안 입체적인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시청자에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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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