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송승준, 태극기 맹세 지킨 필승의 완벽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3.04 23: 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우완 송승준(33,롯데)이 호투를 펼치며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송승준은 4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예선 2차전에 선발로 등판, 4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투구수는 69개. 직구 구속은 시즌 때보다 조금 덜 나왔지만 주무기 포크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다.
사실 송승준은 이번 WBC 국가대표 선발을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었다. 길고 길었던 마이너리거 시절 조국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고, 베이징 올림픽에서 느꼈던 희열은 그로 하여금 끝없이 태극기를 갈구하도록 만들었다.

일부 선수들은 시즌개막 직전 열리는 WBC 출전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송승준은 달랐다. 이용찬이 하차하면서 대체선수로 송승준의 이름이 거론됐고, 곧바로 롯데 김시진 감독을 찾아 가 "대표팀에서 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감독은 고민 끝에 송승준의 출전을 허락했고, 우여곡절 끝에 송승준은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네덜란드전에서 대표팀이 일격을 당하면서 송승준은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호주전 마운드에 올랐다. 패배는 곧 탈락으로 직결되는 상황, 송승준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등판 전날 만난 송승준에게서 긴장감 보다는 비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송승준은 "한국에서 대표팀에 대해 여론이 많이 안 좋은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욕먹는 건 무섭지 않다. 마운드에서 내 공을 못 던지고 후회가 남을까봐 무섭다"라는 말로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 아닌가.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에 먹칠을 하는 짓은 절대 안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결국 송승준은 약속을 지켰다. 다시 가슴에 단 태극기에 부끄럽지 않은 피칭을 했다. 송승준이 마운드에서 버텨준 덕분에 한국은 호주를 6-0으로 꺾고 첫 승을 거뒀다.
송승준은 이날 직구 최고구속이 140km 초반대에 형성됐지만 포크볼과 커브,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구사하며 호주 타선을 봉쇄했다. 오히려 직구 구속이 덜 나오면서 포크볼과의 구속 차이가 줄어들어 호주 타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5개의 탈삼진 가운데 4개가 포크볼로 잡아낸 헛스윙 삼진이었다.
일단 1라운드에서 제 몫을 확실하게 해낸 송승준이다. 아직 대만전이 남아 있지만 송승준은 2라운드 진출 후에나 등판이 가능하다. 과연 도쿄돔에서 던지는 송승준을 볼 수 있을까. 5일 대만전에서 그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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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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