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장원준, 설움 씻고 전국구로 뜰 절호의 기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05 06: 55

알게 모르게 설움이 있었다. 선수 본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장원준(28·경찰청)이 드디어 '전국구'로 이름을 떨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5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예선 마지막 경기 대만전 선발투수로 장원준을 깜짝 예고했다. 당초 예상된 장원삼(삼성)이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자 류중일 감독은 장원준 카드를 꺼내드는 승부수를 던졌다. 
장원준에게는 기회다. 지난 2004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한 장원준은 데뷔 첫 해부터 선발로 기용되며 육성됐다. 롯데 세대교체의 선두주자였던 그는 성장통을 극복한 뒤 2008년부터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그해부터 군입대 전이었던 2011년까지 4년연속 12승 이상 거두며 꾸준히 활약했다.

프로 8시즌 통산 231경기 75승68패2홀드 평균자책점 4.13 탈삼진 800개. 특히 2011년에는 데뷔 첫 15승(6패)과 함께 180⅔이닝 평균자책점 3.14로 명실상부한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기회가 없었던 그는 끝내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없었고, 2011시즌을 마친 뒤 경찰청에 입대하며 프로 무대를 잠시 떠났다. 
장원준은 유독 국제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지난 2007년 대만에서 열린 야구월드컵에 나가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1.89로 에이스 노릇을 했으나 냉정하게 프로 1.5군과 아마추어 선수들로 꾸려져 A급 대표팀이 아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대형 국제대회는 매번 장원준을 외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보다 더 뛰어난 좌완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류현진(LA 다저스)을 비롯해 김광현(SK)·봉중근(LG)·장원삼(삼성) 등 내로라하는 좌완 투수들이 항상 장원준 앞에 있었다. 그들을 제끼고 장원준을 뽑기란 쉽지 않았다. 냉정한 현실이었다. 장원준도 분명 좋은 투수이지만 그들을 넘을 만한 강력한 메리트는 갖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장원준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유로 대표팀을 고사한 가운데 김광현과 봉중근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장원준은 봉중근의 대체 선수로 기회를 잡았다. 한국이 기대하는 역할도 바로 봉중근의 혼이다. 2009년 WBC에서 봉중근의 혼이 살아있는 피칭은 한국 투혼의 상징이었다. 이제는 장원준이 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장원준은 대표팀 연습경기 2게임에서 5⅓이닝을 던지며 6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쾌조의 피칭을 펼쳤다. 지난 2011년 체인지업을 자기 것으로 만든 후 장원준은 더욱 위력적인 투수로 거듭났다. 그동안 특급 좌완들에게 가린 설움을 풀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다. 전국에 장원준이라는 또 다른 특급 좌완 투수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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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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