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이 뜻하지 않게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 불펜행 가능성을 거론하며 흔들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흔들기가 아니라 냉정한 평가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부터 유력매체 'ESPN'까지 연이틀 류현진의 불펜행 시나리오를 펼쳤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멘트를 빌었지만 사실 어느 하나 정해진 건 없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개막전 투수로 낙점된 게 전부. 매팅리 감독은 "우리는 경쟁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며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첫 선발등판이었다. 이날 LA 에인절스를 맞아 류현진은 첫 피홈런 포함 2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고전했다. 경기를 아주 망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는 선발이 아닌 불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첫 선발 피칭에서 류현진에게 실망한 것이다. 큰 돈을 들여와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선수이기에 이 같은 반응은 어쩌면 당연하다.

매팅리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피칭에 "괜찮았다(just OK)"라는 말만 남겼다. 사실 이날 매팅리 감독은 같은 시각 펼쳐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잭 그레인키를 지켜봐 류현진의 피칭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물론 코칭스태프의 보고를 받고 어느 정도 선발진의 조각을 맞추고 있겠지만, 감독이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고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펜행은 앞서간 전망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그만큼 류현진이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에서는 '흔들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게 객관적인 시각일 수 있다. 그들은 아직 류현진에 대해 정확하게 모른다. 한국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무대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는 신인 투수라는 점에서 미국 언론이 다소 부진한 류현진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만하다.
미국 언론이 류현진에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3가지. 첫째는 메이저리그 공인구 적응. 한국 공보다 실밥이 밋밋하고 미끄러워 손에 잘 익지 않아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는 패스트볼 구속. 시범경기에서 80마일대 후반에 그치고 있는 패스트볼로는 체인지업 하나 갖고 단조로운 피칭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는 5일 로테이션 적응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느냐는 점. 이는 일본인 투수들도 가장 고생해왔던 부분이다.
게다가 다저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팀 연봉 2억2000만달러를 투자한 팀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당장의 성적이 급하고 돈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성적을 낼 수 있는 검증된 선수들을 선호할 가능성 높고, 다저스는 검증된 선발 요원만 7명이나 있다. 그들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FA가 얼마 남지 않은 선수들로 트레이드할 수 있다. 류현진에게 마냥 기다려줄 수 있는 환경만은 아니다.
때문에 류현진으로서는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그는 "시범경기 막판 5이닝 정도 던질 때부터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제 시즌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결정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고, 류현진도 실력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극성스런 언론의 의심을 한 방에 잠재울 수 있는 건 오로지 실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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