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주작가의 사심 talk]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아이돌이 출연하지 않는 예능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유명 아이돌이 출연해야만 어느 정도 안정된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슈퍼주니어’나 ‘소녀시대’같이 많은 멤버들을 거느린 인기 아이돌 그룹의 등장은 예능에 있어선 정말 단비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최근 예능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최근 종영한 KBS 를 마지막으로 아이돌위주의 예능프로그램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리얼에 밀린 아이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돌은 현란한 댄스와 어색하지만 재기발랄한 개인기 등으로 프로그램의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러나 리얼버라이어티와 힐링버라이어티의 등장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아이돌의 비중을 줄어들게 만들었다. 그건 아이돌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이미지 관리라는 태생적인 문제 때문이다. 멋진 오빠, 사랑스런 여동생이어만 하는 아이돌에게 있는 그대로의 생얼을 바라는 요즘 예능프로그램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이돌에 대한 시청자들의 편견은 아이돌이 출연한 리얼버라이어티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결국 리얼과 아이돌은 함께 하기에는 너무 먼 상대가 되고 말았다.

아이들에 밀린 아이돌
기획사의 제작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이 있다면 그 대척점에는 꾸밈없는 그대로의 ‘리얼 중의 리얼’ 바로 아이들이 있다. 최근 MBC 는 천진난만하고 꾸밈없는 아이들의 등장으로 대세 예능프로그램이 됐다. 그리고 SBS 또한 부모와 부모를 닮은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요즘 예능에서 추구하는 웃음이 박장대소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따뜻한 웃음으로 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장년층에게 밀린 아이돌
이렇게 예능에서 아이돌이 사라져 가는 건 공중파를 보는 시청자층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젊은 시청자들이 캐이블캐널로 눈을 돌리고 텔레비전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어플로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 시청률조사의 척도가 되는 텔레비전은 자연스럽게 중장년층의 차지가 됐다. 결국 중장년층이 잘 알지도 못하고 크게 매력을 어필하지도 못하는 아이돌은 공중파 예능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능에서 드라마로
음악프로그램은 짧고 예능은 좁아진 아이돌의 설자리. 결국 그들이 다시 선 곳은 드라마다. SBS 수목드라마 에는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KBS 2TV 에는 비스트의 멤버 윤두준과 엠블랙의 이준이 에는 시크릿의 한선화와 달샤벳의 아영이 출연하고 있다. 이밖에도 씨엔블루의 이정신과 2PM 황찬성이 각각 드라마에 출연하며 본인들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아이돌 그룹의 멤버라기보다는 연기자로서의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어필된다는 것이다. 여전히 아이돌로서 그들이 가진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리기엔 역부족인 건 마찬가지다.
아이돌의 등장은 음악시장과 예능전성시대를 이끌며 우리의 대중문화를 풍성하게 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매년 수많은 아이돌그룹들이 데뷔를 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사라져 간다.
몇 년을 연습생으로 꿈을 키워 데뷔를 해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없어 그 꿈을 접어야 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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