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전지훈련을 마무리한 가운데 SK의 마운드 구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선수들이 떠오르고 있지만 역시 열쇠는 송은범(29)과 윤희상(28)이라는 기존 선수들이 쥐고 있다.
오키나와 캠프를 마친 SK는 마운드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몇몇 쥔 채 귀국한다. 우선 문승원 여건욱이라는 새로운 피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이만수 SK 감독은 시범경기에서도 이들에게 선발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기존 선수들도 관록을 드러냈다. 채병룡은 든든한 구위를 뽐내며 선발 기회를 얻었고 막차로 합류한 최영필도 무난한 내용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옆구리와 왼손에서도 누가 낫다고 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부상자 속출로 고전했던 지난해 경험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주목하는 선수가 윤희상과 송은범이다. 캠프 내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칭찬했지만 이 감독은 남몰래 두 선수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 속내를 짚어보면 두 선수가 올 시즌 SK 마운드의 열쇠라고 할 만한 이유가 드러난다.

윤희상은 지난해 팀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선발진의 축이다. 올해도 에이스 몫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송은범은 누가 뭐래도 SK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수 중 하나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정상적인 팀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불안요소가 있다. 윤희상은 현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차 대만에 있다. 한 달 넘게 이 감독의 시선에서 떨어져 있다. 재활에 전념하던 송은범은 지난달 26일에야 본진에 합류했다.
우선 윤희상은 얼마나 몸 상태가 올라왔는지가 관건이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던 윤희상은 훈련 중 오른 팔뚝 부위에 타구를 맞아 제동이 걸렸다. 대표팀 합류 후에도 후유증 때문에 고생했다. 이런 상황에 WBC 출전으로 일반적인 패턴과는 다른 시즌 준비 과정을 밟고 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윤희상을 선발 후보로 뽑으면서도 “얼마나 몸 상태가 올라왔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라고 답답해하고 있다.
송은범은 3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에 나섰다. 2이닝 동안 최고 144㎞의 공을 뿌리며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무난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제 갓 시동을 걸었을 뿐이다. 이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이 감독은 “송은범을 두고 정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예상보다 일찍 실전에 내보낸 것도 송은범의 현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만약 윤희상의 페이스가 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한 다른 선수보다 더디다면 선발진 구상이 꼬이는 것은 당연하다. 전천후로 뛸 수 있는 송은범은 일단 선발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역시 몸 상태가 올라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두 선수가 확실한 상황이라면 선발 후보 중 1~2명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어 마운드 운영에 여유가 생기지만 그 반대라면 시즌 초반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두 선수가 개막 전까지 꾸준히 화두에 오르내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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