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사이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와 MBC ‘코미디에 빠지다’(이하 ‘코빠’)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3일 ‘개콘’이 KBS 코미디 40년 특집으로 과거 KBS 코미디를 빛냈던 개그맨 임하룡, 이경래, 최양락, 김학래, 이봉원, 오재미, 심현섭, 개그우먼 김미화, 김현숙 등과 함께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며 개그 대통합의 축제를 즐기고 있을 때 ‘코빠’는 일요일 심야시간으로 편성 변경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코빠’는 MBC 공개 코미디의 부활이라는 야심찬 목표로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 당시 금요일 자정을 넘긴 심야 시간에 방송되다가 그 가능성을 보고 금요일 오후 11시대로 시간대가 변경돼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후 4개월 만에 봄 개편을 맞아 일요일 오후 11시 50분으로 편성이 또 한 번 바뀌게 됐다.

일요일 심야 시간대 방송이라는 편성시간대를 받은 ‘코빠’의 시청률은 월요일 출근을 부담스러워하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고 하락세를 탈 것으로 예상돼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SBS ‘개그투나잇’(이하 ‘개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개투’는 매주 토요일 자정을 넘긴 시간에 방영되고 있다.
앞서 ‘개콘’의 종영 코너 ‘용감한 녀석들’에서는 ‘코빠’의 탄생을 축하하며 심야시간대의 편성시간을 앞당겨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이는 개그맨들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개그맨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적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앞서 지난 2011년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이수근은 “코미디 프로가 많다는 것은 웃을 일이 많다는 것인데, 국민을 기쁘게 할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적어 안타깝다. 많은 코미디 프로 제작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고 김병만도 ‘2010년 KBS 연예대상’ 자리에서 “방송에서 코미디가 없어져 가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후 ‘코빠’와 ‘개투’가 신설되고 코미디에 주력하겠다는 방송국의 다짐이 이어지며 코미디의 르네상스가 부활할 것인지 기대가 쏠렸지만, 그러한 다짐은 야속한 시청률에 흔들리고 저조한 시청률은 프로그램을 심야 시간대로 옮기게 해 또 다시 시청자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개그맨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점차 줄어들수록 그 만큼 대한민국 코미디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포화상태인 ‘개콘’의 무대에 실력 있는 개그맨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과 좁은 무대에 매주 서는 개그맨의 패착은 코미디의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
또 시청자의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한 ‘개콘’ 무대에서 개그맨들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외부의 라이벌 없이는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기 힘든 것도 코미디의 힘을 약화시키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코빠’를 향해 “한 번 붙자!”고 말했던 용감한녀석들 신보라의 호기가 민망해진 지금, 난공불락 ‘개콘’의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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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