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의’가 월화드라마 왕좌의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마의’와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광고전채 이태백’(이하 ‘이태백’)은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태백’과 ‘마의’는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과 전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드라마의 엇갈린 성패는 무엇이 만든 것일까.
‘마의’는 방송 전부터 사극 명장 이병훈 PD의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기대만큼 ‘마의’는 20% 전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사실 ‘마의’는 이병훈 PD의 전형적인 사극이다. 선과 악의 대립이 분명하며 낮은 신분이었던 주인공은 여러 가지 시련을 이겨내면서 성장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조력자가 존재하며 사극임에도 코믹한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점까지 ‘마의’는 이병훈 PD의 전작 ‘허준’, ‘대장금’ 등의 작품들과 비슷한 공식을 지니고 있다.

‘이태백’은 연기파 배우 진구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뿐 아니라 한채영, 조현재, 박하선 등의 젊은 배우들의 존재감과 광고를 소재로 했다는 신선함이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정작 본격적으로 뚜껑을 연 ‘이태백’은 90년대 트렌디 드라마와 닮은 모습이었다. 극중 주인공 이태백은 타고난 능력이 있지만 세상은 알아주지 않는다. ‘이태백’은 이런 인물이 좌절하지 않고 도전해 성공에 이르게 된다는 흔한 성공담이다. 이 뿐 아니라 네 명의 주인공이 사각 구도를 형성하는 구조는 대중이 흔히 접해왔던 내용이다.
이처럼 진부한 설정과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마의’와 ‘이태백’은 그 성과만큼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마의’는 지난달 5일 방송된 37회에서 2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마의 20%를 돌파했지만, ‘이태백’의 경우 내내 4%대의 시청률에 그치며 월화극의 최하위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마의’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선징악의 강한 메시지는 안방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통해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시청자들을 이를 통해 대리만족과 통쾌함을 느낀다.
또한 이병훈 표 드라마는 다른 사극과는 달리 코믹 코드를 적극 차용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극의 진행은 지루할 틈 없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한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이병훈 PD의 작품마다 등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병훈 특유의 매력이 돼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태백’의 경우 실존인물 이제석 광고 디자이너를 모티브로 해 리얼한 광고인들의 이야기를 그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전혀 신선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 나열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태백’은 금산애드가 모회사인 금산그룹의 광고를 거절하거나 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설정으로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 이뿐 아니라 주인공들의 광고 대결 또한 극에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태백’의 이야기는 대중과의 공감은커녕 실제 광고인들의 공감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광고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태백’은 일반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광고회사 만큼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에 그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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