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치고 멀리 친다는 세 명이 모두 대표팀에 있었다. 그러나 기록도, 효율성도 떨어졌다. 이승엽(37, 삼성) 이대호(31, 오릭스) 김태균(31, 한화)이라는 ‘빅3’를 한 바구니에 담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한국 대표팀은 5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3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8회 강정호의 역전 2점 홈런에 힘입어 3-2로 역전승했다. 그러나 2승1패를 기록한 세 팀(한국, 네덜란드, 대만) 중 득실차가 가장 떨어져 3위로 밀렸다. 이로써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적인 성적표와 함께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승승장구하던 한국 야구의 위상에도 적잖은 상처가 불가피해졌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타선이었다. 1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에 이어 가장 중요했던 대만과의 3차전에서도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거의 매회 주자가 나갔으나 득점은 모자랐다. 그것도 2점은 홈런에 의해 나왔을 정도로 응집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역대 최강의 타선이라고 자부했던 대표팀이기에 더 충격적인 성적이었다.

그 ‘중심’에는 ‘중심타선’이 있었다. 호주 전에서만 분전했을 뿐 정작 중요했던 네덜란드, 대만과의 경기에서는 연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1루 ‘빅3’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당초 대표팀은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을 상황에 따라 적시적소에 쓰며 공격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포지션이 겹치는 세 선수를 모두 선발로 낼 수 없는 만큼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2명을 먼저 출장시키고 1명은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강타자 하나가 벤치로 앉아 있는 것이 상대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 자신했으나 대타 카드는 죄다 불발이었다. 네덜란드전에서 이승엽이 그랬고 대만과의 경기에서 4회 2사 만루에 등장한 김태균도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내지 못함으로써 가뜩이나 답답한 대표팀의 공격은 더 꼬여 버렸다.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라인업이 바뀌다보니 세 선수의 임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다. 세 선수는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들이다. 그러나 이승엽 김태균 중 한 선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야 했다. 출전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서 타격감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었다. 대타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라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최강의 라인이었지만 최상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했다. 3경기를 놓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지만 어쨌든 더 이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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