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왕' 악녀 수애 닮아가는 악마 권상우 '멘붕'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3.06 09: 03

"사랑은 진짜일 때만 예쁜 거예요."
SBS 월화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에서 수정(고준희 분)은 하류(권상우 분)를 향해 이렇게 충고한다. 하류가 도경(김성령 분)을 끌어들여 다해(수애 분)를 몰락시키고자 하는 데 가짜 사랑의 감정을 이용하는 마수를 멈추라는 잠언이다. 하류는 과연 이 같은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야왕’은 현재 하류가 신분을 세탁해 자신의 쌍둥이 형인 차재웅 변호사 행세로 백학그룹 안주인 도경과 파트너십을 이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해에 대해 공통으로 안 좋은 감정을 가진 두 사람은 다해 몰아내기에 힘을 합치고, 지난 5일 방송에서는 다해가 백학재단 이사장 자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수완을 발휘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물 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도경을 대하는 하류의 태도다. 하류는 도경에게 수차례 관심을 표현했고, 도경은 그때마다 이를 거절하다 최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류는 다해를 표적 삼아 자신의 복수계획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경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이 같은 감정을 연기했지만, 문제는 최근 도경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하류를 받아들이려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하류의 이 같은 행동은 결국 수정에게 들통나 자기 목적을 위해 도경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을 멈추라는 힐난으로 돌아왔다. 수정의 이 같은 충고는 하류와 다해 사이의 치고받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펼쳐지는 현재의 ‘야왕’에서, 짜릿한 쾌감 보다는 무언가 허한 느낌을 주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상대를 부숴버리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안위 따위는 괘념치 않는 하류와 다해 사이의 치열한 공방은 어쩐지 기계적으로 변한 측면이 있고, 그 중심엔 다해를 똑같이 닮아가는 하류가 있다.
하류는 사랑하는 다해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호스트 생활을 자처할 정도로 헌신적 사랑을 받쳤지만 결국 버림받았고, 이 과정에서 더욱 부각된 건 자신에게 관심을 표현한 재벌가 아들 도훈(정윤호 분)의 감정을 낚아채 결국 신분상승이라는 목적 달성에 성공한 다해의 악녀성이었다. 이 같은 과정은 현재 다해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누는 하류 분노심의 원동력이자 그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대목이지만, 도경을 향해 다해와 같은 선택을 하는 하류의 모습은 '용서'가 아니고서는 결국 해피엔딩일 수 없는 복수극의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한다.
특히 수정은 하류와 다해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은 차재웅 변호사의 약혼녀이자, 두 사람의 공방에 애꿎은 피해를 입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발언은 힘을 얻는다. 순수했던 사랑을 잃은 이후 점점 야수로 돌변해 가는 하류와 다해 두 사람의 모습이 ‘야왕’을 황폐하게 만들 때, 수정이 차재웅 변호사를 잊지 못해 연애 시절 추억이 담긴 책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모습은 "사랑은 진짜일 때만 예쁜 거"라는 그의 말을 뒷받침하며 이 충고를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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