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굳이 강민호가 주전 포수로 나와야만 했을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3.06 06: 36

꼭 강민호(28)로 갔어야만 했던 것인가.
분명 강민호는 리그 정상급 포수다. 최근 3년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유일한 포수며 안방마님다운 리더십과 투수와의 친화력를 두루 갖추고 있다. 프로 2년차부터 빠르게 성장,  올 겨울 사상 첫 20대 포수 FA이자 의심할 필요 없는 2013 FA 최대어 중 한 명이다.
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뿐이 아닌, 국가대표 경험 역시 풍부하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16경기를 뛰었다. 만 23살에 불과했던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대표팀에서도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한국의 안방을 책임질 포수로 낙점됐다.

하지만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나타난 강민호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9타수 무안타로 타석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고 투수와의 호흡도 합격점에서 멀었다. 네덜란드와 첫 번째 경기 7회말 1루 악송구의 과정도 돌아보면 굳이 1루 송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 판단미스에 가까웠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에도 포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볼을 흘리는 모습이 나왔고 투수 리드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더러 있었다.
큰 경기일수록 포수의 중요성은 막대하다. 홈플레이트에서는 마운드를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고 타석에서는 상대 배터리의 흐름을 읽어 적시타나 진루타로 공격에 흐름을 이을 수 있다. 문제는 리그 최고의 베테랑 포수인 진갑용 대신 굳이 강민호를 길게 고집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당장 지난 시즌 둘의 성적만 봐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강민호가 19개 홈런으로 홈런에 있어선 진갑용에게 절대 우위에 있지만 타율과 출루율은 진갑용이 낫다. 무엇보다 진갑용은 리그 최정상 삼성 투수들을 책임지며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포수인 반면, 강민호는 한 번도 경기당 평균자책점에 있어 최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를 마친 후 “1차전 선발투수만 윤석민이었고 2차전과 3차전 선발투수로는 송승준과 장원준이 나왔다. 그래서 롯데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강민호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발 등판한 윤석민은 물론, 송승준과 장원준이 모두 한계 투구수로 평소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해 선발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까지는 강민호가 마스크를 쓰게 하되 그 다음부터는 진갑용이 나와도 무리가 없었다는 말이다.
이번 WBC가 강민호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강민호 스스로 이번 WBC를 얼마나 복기하느냐에 있다. 리그 주전포수는 9명 밖에 없고 그중 최고는 단 한 자리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며 리그 최고 포수가 될 것으로 보였던 강민호가 스스로 자신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볼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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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 =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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