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타이중 쇼크' 한국, 삿포로-도하 이어 3대 참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06 06: 34

한국야구 사상 3대 참사에 들만한 쇼크다. 
한국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 예선 탈락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벌어진 2013 WBC 1라운드 B조 예선 마지막 경기 대만전에서 3-2로 역전승, 네덜란드-대만과 같은 2승1패를 마크했으나 득실차에서 밀려 조기 탈락이 확정됐다. 
상상도 못한 충격의 탈락이다. 한국은 같은 B조에 속한 대만·네덜란드·호주에 비해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1라운드 통과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2라운드 진출을 당연하게 생각한 선수들은 출정식에서 "일본을 꺾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의외의 복병 네덜란드에 0-5 영봉패를 당하며 발목이 잡혔고,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하며 일본은 만나지도 못했다. 

한국의 타이중 쇼크는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드림팀이 출범한 이래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대표 선발 과정에서부터 7명의 선수가 교체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강력한 타선을 바탕으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그러나 터지지 않은 타선, 허술한 수비, 안일한 마운드 운용 등이 겹치며 거의 자멸하다시피했다. 
한국야구의 대표적인 국제무대 굴욕의 역사에는 2003년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김재박 감독이 이끌던 팀이었다. 이번 WBC 대표팀을 맡은 류중일 감독과 같이 현역 시절 유격수로 활약했고, 한국 프로야구 우승팀 감독이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2004년 아테니 올림픽 아시아예선을 겸한 2003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도 첫 경기부터 꼬였다. 갑작스럽게 대표팀에 발탁된 조웅천이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를 맞고 4-5로 패했고, 중국을 6-1로 꺾었으나 마지막 경기 일본전에서 타선의 침묵 속에 0-2 영봉패를 당하며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도 충격의 강도가 셌다. 당시 풀리그로 치러졌는데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첫 경기 대만전에 2-4로 패한 게 치명타였다. 설상가상으로 사회인야구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전에서도 류현진과 오승환을 내고도 끝내기 홈런을 맞고 7-10으로 충격패, 금메달은 커녕 은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쑥스러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WBC에서도 한국은 2승1패를 거뒀지만 결과가 1라운드 조기 탈락이라는 점에서 삿포로-도하와 비견될 만하다. 특히 당시와 비교할 때 야구 인기가 최고조에 올라있고, 9구단 체제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시점이라 더 아쉽다. WBC 실패는 한국야구의 현주소가 어떠한지 그리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큰 메시지를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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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대만)=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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