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1+1 집착’, 단기전 마운드 운영 아쉬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06 07: 14

비록 핵심 선수들이 여러 사정으로 이탈했다 하더라도 국내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이었다. 분명 구슬은 많았다. 그러나 그 구슬을 제대로 꿰지 못했다. 단기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임기응변이 부족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대표팀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2승1패를 기록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대만과 네덜란드에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1라운드 탈락이었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야구에도 제동이 제대로 걸렸다.
룰의 희생양이라는 목소리도 있으나 그런 핑계를 댈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우선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마운드 운영에 실패했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1+1’이라는 전략적 구상에 매몰된 경향이 있었다. 정형화된 투수 교체 순서도 문제였다. 그 결과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들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0-5로 진 네덜란드 전부터 아쉬움이 드러났다. 한국은 선발 윤석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노경은을 올렸다. 대표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이해가 가는 교체였다. 그러나 노경은이 무너진 뒤가 문제였다. 대회 룰상 득실차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강력한 억제 세력인 박희수 정대현 오승환 대신 차우찬을 선택했다가 추가 실점했다. 마치 가장 강한 투수는 추격 상황에서 내지 않는 일반적인 마운드 운영 같았다. 참사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마지막 경기인 대만 전에서도 대표팀의 투수 교체는 아쉬움이 남았다. 역시 선제점을 준 상황에서 대표팀은 두 번째 투수로 노경은을 올렸다. 절대적으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시점에서 박희수 정대현 오승환 대신 한 번 불안감이 있었던 노경은을 다시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썩 좋지 않았다. 그 후 박희수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을 때는 이미 버스가 지나가 버린 이후였다. 이 선수들의 결과가 좋았다는 점에서 더 아쉬움이 진하다.
WBC는 투구수 제한이 있다. 1라운드는 65개였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1명이 한 경기를 모두 책임질 수 없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두 명의 선발투수를 한 경기에 넣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게 하는 ‘1+1’이었다. 그 생각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는 아쉽다. 박희수 정대현 오승환은 승리를 지켜야 할 필승조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만 전까지 수동적인 투수 교체로 일관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할 만하다. 박희수 정대현 오승환을 원포인트처럼 써 카드 하나를 소모하는 한이 있더라도 추가 실점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았을까. 아예 힘이 없다면 모를까, 가지고 있는 힘을 다 써보지도 못했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 이번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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