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딱]인기 연예인이 군대만 다녀와도 '까임방지권(너무나 멋진 일을 해서 이후 행여 물의를 일으켜도 '까이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을 획득하던 시절이 있었다.
온국민이 사랑했던 유승준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인기 연예인들이 군대를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했던 것이다. 특히 미국에 '발'을 담궜던 연예인들이 군대에 입대하는 건 일종의 '선행'처럼 받아들여졌다. 1995년 첫 스타트를 끊은 차인표를 필두로 H.O.T의 토니안, 신화의 에릭과 앤디, 2PM의 택연(그는 입대예정이다), 가수 유건, 유승찬 등이 '호감' 타이틀을 달았다.
하지만 연예인도 대한민국 남자인 이상 군대에 가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까임방지권'에도 등급이 생겼다. 바로 공익과 현역의 차이다. 몸짱 남자스타들이 줄줄이 공익으로 빠지면서, 또 한번 심기를 건드린 것. 뜀틀 위를 날아다니던 조성모나, 철도 씹어먹을 것 같던 김종국의 공익 근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반면 현역으로 복무하는 남자 연예인들에게 점수가 더 붙었다. 문희준은 군호감으로 제대로 일어선 케이스. 온라인 문화가 미숙했던 시절, 밑도 끝도 없는 안티 문화의 희생양이 됐던 그는 군대를 현역으로 다녀옴으로써 남성 네티즌들을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앤디도 아이돌 스타로는 이례적으로 현역 복무를 하면서 남자들 사이에 호감을 대폭 높였다. 권상우가 몇번의 구설수에 올라도 거뜬할 수 있었던 건 그를 뒷받침하고 있는, 늠름한 현역의 이미지였다.
신성한(것으로 교육받는) 국방의 의무이긴 하지만,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고 해서 '군 마케팅'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 것도 이즈음이다.
공익근무요원으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공익 판정을 받은대로 복무를 했는데 악플에 시달려야했다. 연예인, 특히 댄스가수는 디스크 등 각종 질병을 갖고 있게 마련이지만 비난의 화살을 피하긴 어려웠다. 공익 근무를 매우 열심히 한 사람도 있었지만 이는 모두 폄하됐다. 당시 연예인들은 오프더레코드로 "그럼 억지로 현역을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억울해했다.
놀랍게도 '억지로' 현역을 가는 케이스가 생겼다. 공익을 다녀오고 악플에 시달리는 사례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다음 세대 연예인들은 '깔끔하게' 현역을 가겠다는 인식이 생긴 것. 교통사고로, 댄스 후유증 등으로 공익 판정을 받았던 남자 연예인들이 오로지 현역 입대를 위해 치료에 전념하고 재검에 임하는 사례가 늘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 마이티마우스의 상추 등이 박수를 받으며 당당하게 입대했다. 그외에도 많은 20대 연예인들이 이왕 갈거면 현역으로 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수시로 자기 이름을 검색해보며 행여 자그마한 꼬투리라도 잡혔을까봐 걱정하는 게 연예인의 숙명. 한 연예인은 "내 몸에 공익을 다녀오면 사람들이 욕할 게 뻔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현역이 '아름다운' 후광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 때쯤, '월드스타' 비가 본의 아니게 또 한번 대중의 잣대를 높여놨다. 올초 김태희와 열애설이 터진 것이다. 남들은 여자친구와 잘 만나가다도 헤어지는 게 군대인데, 비는 군대에 가서 군인 신분으로 김태희씩이나 만난 것이다. 데이트 과정이 공개되면서 연예병사의 해이함이 지적됐다. 연예병사들이 일반 병사보다 더 많은 휴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모든 연예병사들이 특혜를 받는 집단으로 간주됐다.
물론 연예병사는 억울했다. 주말, 휴일할 것 없이 불려다니며 공연을 하고, 위에서 '주는대로' 휴가를 나온 건데, '병역 비리'와 연장선상에 놓는 건 너무 억울한 일이었다. 오히려 역차별도 있었다고, 일반 병사와는 또 다른 고충이 있다고 연예병사들은 입을 모았다. 어쨌든 국방부는 행사 한번에 수천만원에서 억대 몸값을 자랑하던 비를 '쏠쏠히' 활용했고, 비는 '만신창이'가 됐다. 비가 늦게나마 전방으로 가고 싶어한 건 무리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수혜자는 있었다. 해병대를 다녀온 현빈, 훈련을 더 받겠다며 제대일자까지 조정했다는 오종혁이 큰 관심을 받았다. 이제 군대로 호감을 사는 건 언감생심, '까이기'라도 하지 않으려면 해병대가 필요했다.
그런데 스무살의 청춘스타 유승호는 이마저도 부족하게 만들었다. 지난 5일 홀연히 입대한 그는 연예계에 너무나 당연하게 만연돼있던 군입대 연기마저 무색하게 했다. 20대 초반의 연예인은 군입대 공백이 매우 부담스럽게 마련. 빨리 자리잡고 인지도를 더 올려야 하는 시기에, 공백기를 갖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대학원을 진학하는 게 사실은 군입대 연기 비법에 지나지 않음을 모두가 알아도 용인하는 분위기다.
이는 유승호로 인해 머쓱해졌다. 인기 정상의 스타가 스무살에 현역으로 입대하는 선례가 생겼다. 군대 좀 갔다고 '명함' 내밀기 어려워졌다. 이제 '간첩이라도 잡지 않는 한' 더 이상의 군 관련 후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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