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괜히 거장이 아니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3.06 16: 12

러닝타임 3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가 보고 싶어 극장에 들어섰지만 165분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영화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개성 강한 연출력과 재능 있는 배우 제이미 폭스, 크리스토프 왈츠, 게리 워싱턴의 스타일리시한 연기가 기가 막힐 정도로 서로 빈틈없이 맞물려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장고’는 아내를 구해야만 하는 남자 장고(제이미 폭스 분)와 목적을 위해 그를 돕는 닥터 킹(크리스토프 왈츠 분), 그리고 그의 표적이 된 악랄한 대부호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벌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을 그린 작품.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극 속으로 빨아들인다. 서부영화의 장르적 분위기가 주는 느낌에 영화필름만의 거친 피부가 강하게 더해져 묘한 흥분감을 자아낸다. 영화의 참맛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고전적인 영화 찍기에 소신을 가지고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만의 고집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뿐 아니라 감독 특유의 유쾌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영화가 담고 있는 노예제도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단체 KKK 등을 결코 무겁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여기에 물론 감독이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과거 미국의 원죄에 대한 신랄한 비판 또한 잊지 않았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노예제도를 통해 ‘유쾌한’ 웃음과 ‘유쾌한’ 비판, 두 가지를 모두 놓치지 않았다. 가히 천재적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총격신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황혼에서 새벽까지’(1996), ‘플래닛 테러’(2007),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등 그의 작품에서 등장했던 살벌하면서 짜릿한 총격신을 ‘장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잔인하다고 눈을 감는다면 후회할 명장면들이다.
감독의 세련된 연출을 탄탄하게 받쳐준 배우들의 에너지 넘치는 열연 또한 빠질 수 없다.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장면마다 딱 맞아 떨어지는 정확하고 완벽한 연기로 오묘한 희열감을 선사한다. ‘장고’를 본다면 그가 제 70회 골든 글로브와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석권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토프 왈츠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제이미 폭스는 장고에 완전히 빙의된 명연기를 펼쳤다. 제이미 폭스가 장고고 장고가 제이미 폭스라고 해도 될 정도다. 연기 인생 최초로 악역한 도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마찬가지다. 담배로 누렇게 변한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짓는 광기를 보고 있으면 그가 언제 청춘스타였는지가 가물가물할 정도다.
감독의 연출과 스토리, 배우의 연기까지. 완벽한 삼박자란 이런 것이다. 오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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