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스태프께서 기를 북돋워주시니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게다가 결혼도 했으니 개인적으로는 책임감도 달려있다. 부담이 아니라 책임감이 당연해졌다”.
포수는 힘들다. 하루 수백 번을 앉았다 일어나며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은 기본이고 최근에는 투수리드의 과정이 아닌 결과론에 따라서 비난을 받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힘든 만큼 현재 초중고 아마추어 야구계는 극심한 포수난을 겪는다. 그러나 그 포지션에 쏟는 노력이 엄청난 만큼 포수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자신의 텃밭을 소중히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용덕한(32)은 그 자리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2013시즌 더 나은 한 해를 꿈꾼다.
2004년 두산 입단 후 1군 백업 포수로 활약하다 2009시즌 중 잠시 주전 포수로도 마스크를 썼던 용덕한은 2012시즌 도중 우완 김명성과의 맞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 성적은 55경기 2할3푼6리 1홈런 6타점. 대부분 이적 후 롯데에서 올린 성적이었으며 친정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안면 부상을 당한 주전 강민호의 공백을 메우며 2차전 결승 솔로포를 때려냈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 MVP로 현 소속팀 롯데를 좌절하게 했던 용덕한은 13년 만의 롯데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단한 수훈을 보여줬다.

시즌 후 결혼으로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된 용덕한은 사이판-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더욱 노련한 리드와 수비를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특히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 주전 강민호가 체력 안배를 위해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지명타자로 출장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 때는 용덕한이 강민호의 자리를 맡게 된다”라고 밝혔다. 단순한 백업 포수가 아니라 올 시즌 롯데 전략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포수로 기회를 얻게 될 용덕한이다.
“야구는 다 똑같다. 이적한 지 1년을 향해가는 데 팀 컬러 차이 정도 빼면 야구는 같다. 캠프 전부터 민호의 자리를 대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언질은 받았다. 해보고자 하는 의욕과 욕심도 있고 내 출장 경기에 있어서 승률 80% 이상으로 팀에 공헌하고 싶다”.
두산 시절부터 용덕한은 투수들이 좋아하는 포수 중 한 명이었다. 기본적으로 투수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포수이며 제구 보완이나 신무기 장착을 원하는 투수는 용덕한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인으로서 맹활약한 두산 사이드암 변진수는 2군 시절 용덕한으로부터 스플리터를 권유받은 뒤 신무기 추가를 염두에 뒀고 올해 전지훈련에서 제대로 된 장착에 성공했다.
“우리 투수진의 경우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정해지지 않은 여파로 4,5선발이 미정인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좋다. 중간 계투-마무리 부분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훨씬 좋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이적해 온 만큼 내가 타 팀에서 봤을 때 이 투수의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아쉬워보였는지 이야기하고자 했다. 지난해 라이언 사도스키(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슬럼프로 힘들어하고 질문하더라. 그래서 상대편 포수로서 본 그의 장점을 말해줬던 기억도 난다”.
가장이 된 만큼 용덕한은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층 더 성숙한 포수가 되길 바랐다. “이제는 배우자가 곁에 있고 더 많은 연봉으로 앞으로 식솔을 건사해야 한다. 책임감이 일단 가장 큰 변화고 그만큼 보이는 기록으로도 더 좋은 성적표를 남기고 싶다”라는 것이 용덕한의 올 시즌 각오다.
“신인 시절에는 그저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더라면 이제는 목표를 설정하고 나서고 싶다. 주로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포수로서 내가 나가는 경기 승률은 80~90% 이상으로 이끌고자 한다. 도루 저지율도 5할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싶고 타율도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3할 이상을 기록하고 싶다”.
용덕한의 경우 도루 저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지녔다. 그러나 지난해 용덕한의 도루 저지율은 2할9푼2리로 나쁘지 않았다. 2009시즌에는 4할7리를 기록하기도. 그만큼 용덕한은 “정확성을 바탕으로 한 도루 저지로 추가 진루를 막겠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편견 깨기까지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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