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이겨도 지는 게임에 휘말렸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3.07 07: 57

[유진모의 테마토크] 뭐가 진실이건 간에 박시후 성폭행 혐의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피의자는 자신의 무죄를 인정받기 위해 저마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 자기주장을 펼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사안이 미묘한 성문제인지라 누가 잘 했고 누가 잘못 했건 간에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는 양상은 볼썽사납다.
애초에 이 사건은 피고 박시후와 원고 A 씨를 주연배우로, 사건 당일의 자리를 주선한 박시후의 후배 K를 조연배우로 연출됐다.
하지만 박시후가 A와 그녀의 지인 B 씨, 그리고 자신의 전 소속사 대표 C를 무고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면서 조연배우가 늘어났다.

원고와 피고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양측에서 공개한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 내용이 꽤 흥미롭다. 일단 먼저 박시후가 공개한 A와 B 그리고 K의 대화 내용만으로 유추한다면 박시후 측이 약간 유리해보인다. 왜냐면 '사건' 후 A는 별 일 없었다는 듯 K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클럽에 놀러갈 궁리를 하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A도 "내가 더 놀란 건 내가 왜 그 오빠(박시후)랑 침대에 있었냐는 거" "에잇!! 예상 밖의 일이라 진짜…휴"라는 카카오톡 내용을 공개하며 마음을 나눈 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1억원의 합의금도 마다하고 어떻게든 박시후를 처벌하겠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A의 태도에 비해 이 카카오톡의 내용은 지나치게 말랑말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시후의 맞고소로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그의 전 소속사 대표가 음모론의 배후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박시후 입장에서야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고 그런 의심도 들었을 만하다. 진실을 떠나 일단 그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C는 "사건 이후 오히려 박시후를 돕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왔는데 고소라니 매우 당황스럽다"며 "A와 이번 사건을 모의했다는 것은 터무니 없다. 오히려 그녀에게 합의를 부탁했다"고 억울한 입장을 밝혔다. A 역시 "C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합의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와 어떠한 공모도 한 사실이 없다"고 경계선을 분명히 그었다.
물론 이도 당연하다. 사실여부를 떠나 A와 C가 고소를 모의했다면 이 사건에서 불리해질 것이므로 만에 하나 사실이더라도 숨기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쌍방고소로 경찰은 더 바빠졌다. 양측의 고소장을 종합적으로 병합수사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양측의 주장이 워낙 팽팽한 만큼 어느 한쪽의 거짓을 입증해내는 작업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사건의 흐름은 본질에서 벗어나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왜냐면 이 사건의 키포인트는 딱 하나다. 강제성 여부다. 이것 하나면 박시후가 유죄냐, 무죄냐가 결정된다. 물론 그게 가려지면 A가 피해자인지, 무고를 했는지도 가려진다.
그렇다면 그게 전부일까? 강제성 여부를 밝혀 두 사람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만으로 이번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 법적으로는 그럴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나 여론의 흐름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법적 기준을 떠나 이번 사건으로 박시후나 A나 모두 상처를 입었다. A는 이제 22살의 한창 피어나는 꽃다운 나이다. 게다가 연예인 지망생이라고 한다. 만약 그녀가 앞으로 그냥 평범하게 살아나간다면 이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잊혀지겠지만 만약 그녀의 희망대로 연예인으로 데뷔한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발빠른 누리꾼에 의해 그녀의 '신상'이 어느 정도 노출됐다. 그녀가 데뷔한다면 '박시후 강간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활동해야 하는데 그게 과연 연예인으로서의 그녀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모든 것을 떠나 박시후 역시도 피해자다. 박시후의 주장이 맞고 강제성이 없다고 수사가 완결될지라도 그가 피해자라는 것은 변함 없다. 왜냐면 그가 조카뻘의 어린 여자에게 술을 먹이고 '원 나잇 스탠딩'을 즐긴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대중이 곱게 봐줄 리 만무하다. 현재 그의 이미지는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그가 주연한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수출이 전면취소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현재 그의 위상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향후 그를 어느 감독과 제작자가 캐스팅하겠으며 어느 광고주가 모델로 기용하겠는가? 그는 이번 일로 별다른 애정도 없이 그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여자를 탐하는 남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됐다.
강제성 여부는 박시후와 A 중 누가 범법자인가를 가려내는 단 한 가지의 팩트지만 연예스타 박시후의 위치와 향후 미래는 유무죄를 떠나 조금 복잡해진다. 일단 그의 '마음을 나눴다'는 말은 A에게 있어서만큼은 진실이 아닌 듯하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고소한 것을 보면 A가 마음을 전부 그에게 준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
 모든 동물은 오로지 종족보존을 위해서만 교미하지만 지구상 딱 두 종 사람과 보노보 원숭이는 단순한 성욕에 의해서도 관계를 맺는다. 둘 중에 특히 사람은 사랑으로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물론 사람에게도 동물적 본능이 있으므로 단순히 성욕만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상대방의 동의와 허락이라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평호(박시후 본명)는 어엿한 남자이므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연예스타 박시후는 몸가짐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우선 자신을 위해서다. 연예인은 이미지 하나로 높게 오를 수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그는 순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큰 망신을 당하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연예스타다운 자제력으로 앞으로의 긴 생명력을 위해 자극의 역치마저도 억눌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두번째는 팬들에 대한 보답이다. 그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지지로 오늘날의 높은 자리에 올랐고 그 덕에 많은 사람들에게 스타대접을 받으며 더불어 그 또래의 샐러리맨들은 꿈도 못 꿀 엄청난 부를 얻었다. 이는 오로지 팬들의 사랑으로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하는 게 그의 기본자세다. 팬들에 대한 보답은 커녕 실망만 시킨다는 것은 그에게 부와 명예를 제공한 팬들에 대한 배신이다.
이런 상황에 그는 매우 속상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마음이 크게 상한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청담동 앨리스'에서 세상에 아직 진정한 사랑이 남아있음에 감동하고 그에 순수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차승조에게 홀딱 반해 박시후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냈고 박시후를 그런 반듯한 청년으로 봐온 팬들은 '늑대'의 본성을 드러낸 그에게 실망할 수 밖에 없다.
그가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품위유지에 각별히 신경썼어야 했는데 순간의 원초적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공든 탑을 무너뜨릴 위기에 처했다. 만에 하나 이번 사건의 결과에서 그가 승리할 경우라도 향후 연예활동이 순탄하다고 보장받기는 힘들다.
'원 나잇 스탠딩'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뒤끝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그게 드러내놓고 가족에게 자랑할 일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에 반해 마음을 나누는 교제로의 성관계는 아름답다. 박시후와 A는 후자가 아니라 전자였기에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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