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사이코메트리’ 250만,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숫자”[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3.07 10: 45

배우 김강우가 '인간 양춘동'과 손을 잡고 나타났다. 김강우는 양춘동을 만나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줬고 양춘동은 김강우를 만나 가장 현실적인 형사로 탄생했다.
김강우의 신작 ‘사이코메트리’(감독 권호영)는 연쇄 아동유괴 사건을 쫓는 강력계 형사 양춘동과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사이코메트리 김준(김범 분)의 지독한 추격을 그린 영화. 그는 능글능글하면서도 인간미와 정의감이 넘치는 양춘동으로 분한다.
영화 ‘돈의 맛’ 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와 영화를 보고 난 후라 더 그런 걸까. 편한 느낌에 당장에라도 인생 상담이라도 받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김강우는 방송과 영화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이코메트리’에서 힘을 빼고 담백한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 건 김강우의 계산이었다.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물들까지 비현실적으로 보이며 관객들이 절대 가슴으로 느낄 수 없어서 (김)범이 맡은 김준과 제가 맡은 양춘동을 모두 현실에 기반을 둔 캐릭터로 만들었죠. 그렇게 해야 관객들이 믿어줄 것 같았습니다. 관객들이 ‘이럴 수 있나’라고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고 믿게 하려고 저와 범이가 연기할 때 표정이나 감정을 더 세게 했죠.”
보통 초능력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비현실적이지만 양춘동과 김준은 왠지 주변에 있을 법하다. 사람마다 모두 사연이 있듯이 두 캐릭터도 그렇다. 양춘동은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동생을 잃어 연쇄 아동 유괴 사건에 더욱 집착하고 김준은 엄마가 죽는 끔찍한 사고를 겪은 후 재개발 지역에서 외롭게 혼자 산다.
‘사이코메트리’는 미스터리 영화지만 ‘소통’을 말하고 있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두 남자, 초능력이 없는 사람과 초능력이 있는 사람 간의 소통을 담았다. 김강우와 김범은 영화 내내 그걸 말하고 있다.
“이 영화도 너무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그리고 있어요. 요즘 사람들이 소통과 관심을 얘기하는데 ‘사이코메트리’가 그런 면에서 일맥상통하죠. 지난달 영화 쇼케이스에서 관객들과 하이터치를 한 게 바로 관심과 소통이에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서로 손바닥을 터치하는 게 좋더라고요. 우리는 악수하고 나면 말하기 좀 더 편해지잖아요. 스킨십을 통해서 분위기가 따뜻해지는 걸 보고 많이 느꼈어요. 우리 영화가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시선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 같아요.”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현실적인 캐릭터 연기에 고심하고 관객들과 직접 만나 눈을 마주친 김강우. 인터뷰하는 동안 김강우의 모든 말에서 ‘사이코메트리’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이 기본적으로 전제돼 있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가지고 연기를 시작한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간절한 마음이 없었죠. 그래서 연기가 재미가 없었어요. 반항하기도 하고 오기로 하기도 하고 그 단계를 지나서 지금은 정말 재미있어요. 사춘기가 지나면 부모의 소중함을 알듯이 연기가 저에게 중요하고 즐거워요. 제가 작품 선택에서 중요시하는 건 대중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소통을 하는 거였는데 이 영화가 제 지향점과 같죠.”
김강우는 그렇게 ‘사이코메트리’ 속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마음껏 놀았다. 동선부터 대사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어떤 연기는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감독님과 충분히 상의해서 제가 동선을 짜서 자유롭게 했어요. 성격도 현실감 있게 다혈질인 면도 있고 정말 생생한 날 것을 보여주려고 했고 상황에 따라 대사도 바꾸고 애드리브도 했어요. 병원신의 대사는 제가 다 만든 거예요.(웃음)”
‘사이코메트리’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에 김강우는 동선부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조심히 접근하고 신경을 쏟아 부었다. 그렇기에 더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런 영화가 잘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 아니라 당연한 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천만 영화가 세 편이나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강우의 바람은 어떻게 보면 소박하다. 250만 명의 관객들이 ‘사이코메트리’를 찾아줬으면 하는 것.
김강우에게 250만이라는 숫자는 특별하다. ‘힐링캠프’에서 영화 ‘마린보이’로 흥행에 실패한 후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아내에게 이민가자고 했다고 고백한 김강우. 방송 뒤 ‘마린보이’ 제작자는 페이스북에 그의 고백에 눈물을 흘렸다며 흥행참패 당시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흥행하지 못한 건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김강우, 이제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50만도 큰 숫자예요. 더 욕심내면 안 되죠. 행복하자고 영화를 하는 건데 흥행을 무시하고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잖아요. 모두가 피해를 보지 말고 잘 돼야죠. 250만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숫자예요. 혼자 살아남아서는 안돼요.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kangsj@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