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이 도발하지마".
한태유(32, 서울)는 머쓱한 미소를 지었고 인터뷰실에는 잔잔한 웃음이 퍼졌다. 최용수(40) 감독은 왜 한태유에게 김남일을 도발하지 말라고 눈치를 준 것일까.
FC서울은 9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앞두고 7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시즌 첫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이날 미디어데이서는 최용수 감독과 김진규, 한태유가 참석해 인천전을 맞이하는 각오를 전했다. 최 감독은 "지난 K리그 클래식에서의 홈 첫 경기에서 나의 아쉬운 판단 미스로 팬들이 원하는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며 "(ACL이 겹쳐)쉬운 일정은 아니지만 초반 위기를 잘 넘겨서 좋은 경기 내용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최 감독이지만 이날 동석한 한태유의 기용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길게 이었다. "우리가 작년에 4-3-3으로 재미본 것이 하대성, 고명진의 장점을 살리고 더 공격적으로 나가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문을 연 최 감독은 "이제까지 공을 많이 들인 부분이 수비형 미드필더, 홀딩 쪽이다. 수비적인 면에서 한태유가 계속 손발을 맞춰왔고, 많이 가담해주는 면이 있다"고 한태유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이어 "상대 안재준, 이윤표, 그리고 김남일이 거칠고 터프한데 사실 태유도 만만치 않다. 물론 태유가 작년부터 많이 자제하고 있고 유하게 변하긴 했다"며 "남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한태유를 치켜세웠다. 김진규 역시 "태유형이 들어오면 우리 중앙 수비수들은 편해질 수밖에 없다"며 "앞에서 홀딩해주기 때문에 공 차단이나 이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태유형이 들어오면서 고명진 하대성이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거들었다.
칭찬 릴레이가 이어지자 질문은 한태유를 향했다. 김남일과 비교했을 때 한태유만의 장점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한태유는 잠시 생각하다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내가 낫지 않겠나"고 답했다. 한태유는 1981년생 32세, 김남일은 1977년 36세다. 하지만 최 감독은 한태유의 이 발언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최 감독은 슬며시 웃으며 "남일이 도발하지마"라고 한태유에게 눈치를 줬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최 감독의 유머러스한 표정과 어우러져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 감독은 "인천전 경기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고 있고 그 분위기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홈 경기인만큼 인천을 꼭 이기고 싶다. 인천전 후 곧바로 태국 원정인데 부리람과 조별예선서 승점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다. 이 두 경기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인천전 승리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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