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남자 프로농구가 마지막으로 기대고 있던 보루가 무너졌다. 바로 '레전드'라는 이름이다.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를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검사)는 7일 원주 동부 강동희(47) 감독이 승부조작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감독은 2011년 3월 시즌 플레이오프 때 브로커 두 명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4차례 승부를 조작했다. 이에 검찰은 강 감독에게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달 28일 승부조작 대가로 강 감독에게 3천여만원을 전달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브로커 최모(37)씨를 구속한 바 있다.

출두 현장서 기자들에게 "결백하다, 3자 대면도 자신있다"며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던 강 감독이기에 소속팀 동부는 물론 농구계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 최근 불거진 져주기 논란으로 인해 싸늘하게 식어가던 농구팬들의 마음은 아예 얼어붙었다. 끝까지 레전드만은 믿고 싶었던 팬들의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강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가 확인됐다는 기사마다 분노에 찬 농구팬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최근 고의패배 논란으로 인해 멍든 한국남자프로농구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농구였지만 인기는 명백히 추락하고 있었고, 농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농구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프로농구연맹(KBL)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애를 썼지만 노력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침체일로였다. 위기의 KBL, 위기의 한국농구라는 말이 반복됐다.
그런 가운데 농구계가 기댈 곳은 단 하나뿐이었다. 농구대잔치 때의 감동과 인기를 돌이키게 만드는 레전드 스타들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었다. 레전드 올스타전으로 농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그들이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뛰며 이룬 성공을 강조했다. 허재, 우지원, 이상민, 문경은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그 때 그 시절의 레전드 스타들은 한국남자 프로농구가 기대고 있던 마지막 보루였다.
하지만 강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가 확인되면서 레전드의 명성과 그로 인해 유지되던 농구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들마저 퇴색됐다. 레전드가 몰락하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도 단연 최악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다.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레전드' 강 감독의 처참한 몰락은 아마도 한국남자 프로농구가 맞닥뜨린 수많은 위기 중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고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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