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기동력을 선보이며 고개를 숙였던 SK의 발이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으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기동력 야구의 대표주자였다. 두산과 함께 리그의 ‘발야구’ 트렌드를 선도하며 타 팀들을 괴롭혔다. 도루 개수는 물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기민한 베이스러닝과 전 선수들의 고른 주루 능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공·수·주에서의 짜임새를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발이 묶였다. SK는 지난해 104개의 도루에 머물렀다. 리그 최하위 성적이었고 선두 넥센(179개)과는 75개나 차이가 났다. 성공률도 최하위였다. SK는 10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75번의 실패를 기록(성공률 58.1%)해 성공률이 60% 아래로 내려왔다. 비슷한 도루 시도를 보인 삼성의 성공률은 72.3%였다. SK답지 않은 수치였다.

이만수 SK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가 문제였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은 거의 아팠다. 시즌 막판에는 아예 도루 사인을 내지도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 감독은 전지훈련의 성과 중 하나로 “과감한 베이스러닝이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각 구단들이 9구단 체제를 맞이해 너도 나도 기동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SK도 이에 뒤지지 않는 준비를 했다고 자부한 것이다.
일단 젊은 선수들이 발에 불을 붙였다. 이 감독은 “이명기 박승욱 최윤석 김성현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이 뛰었다”라고 했다. 실제 이명기는 오키나와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박승욱도 4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기동력을 뽐냈다.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뛰자 시너지 효과가 났다. 기존의 선수들도 더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라고 평가했다. 도루 개수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기동력이 향상됐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리드폭도 넓어졌다. 지난해 SK 선수들은 과감한 베이스러닝을 보여주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귀루에 대한 부담 때문에 리드폭도 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리드폭이 한 발 정도 늘어났다. 우리와 연습경기를 치른 타 팀에서도 리드폭이 넓어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가 유난히 견제를 많이 당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투수들의 주자 견제 능력도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이 감독의 자체 평가다. 이 감독은 “선발은 물론 중간 투수들도 눈에 띄게 퀵 모션이 빨라졌다”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자신들의 기동력은 살림과 동시에 상대의 기동력은 억제하는 능력이 좋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운드 및 타선의 힘 못지않은 중요한 전력 향상 요소다. 과연 SK가 연습경기에서의 성과를 시즌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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