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뚜껑이 열리기 전이지만 예감이 좋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인 크리스 세든(30)과 조조 레이예스(29)가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여 팀 관계자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SK는 최근 외국인 선수 농사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는 최악이었다. 아퀼리노 로페즈는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 일찌감치 교체됐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데이브 부시 또한 메이저리그에서의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한국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나마 마리오 산티아고가 시즌 초반 좋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기간이 너무 길었다. 팀의 활력소가 되어야 할 외국인들이 오히려 고민거리로 전락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징조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모두 왼손 투수들인 세든과 레이예스는 한 달 넘게 이어진 전지훈련에서 팀에 희망을 안겼다. 몸 상태를 순조롭게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연습경기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세든은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고 레이예스는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9라는 호성적을 냈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우려보다는 기대를 품을 구석이 더 많았다는 게 SK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세든은 11⅔이닝에서 안타 14개를 맞았다. 보크도 세 차례 범하며 아직 한국 무대에 덜 적응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자책점은 4점에 불과했다. 그만큼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장신에서 나오는 각이 큰 직구와 체인지업의 조합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보크 문제도 미리 매를 맞은 만큼 앞으로는 나아지는 일만이 남았다는 게 SK의 생각이다.
덕 슬래튼의 갑작스러운 은퇴 해프닝으로 뒤늦게 SK 유니폼을 입은 레이예스는 캠프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뽐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0㎞대 후반에 이르는 등 묵직한 구위를 선보였다. 7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낸 원동력이었다. 구단에서는 “차라리 슬래튼의 계약이 파기된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레이예스의 초반 인상은 강렬하다. 김광현이 재활로 빠진 선발 마운드에서 왼손 에이스가 될 가능성까지 떠오르고 있다.
두 외국인 선수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세든은 “캠프에서 몸과 구위를 잘 만들었다.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에도 많이 적응이 됐다. 유익한 시간이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레이예스도 “한국 타자들에게 익숙해진 것이 캠프의 최대 소득”이라고 하면서 “내 공에 대해 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확인했다”라며 앞으로 더 나은 활약을 다짐했다.
이만수 SK 감독도 두 선수의 구위에 만족하면서 “두 선수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겠다”라고 공언했다. 만약 두 선수가 나란히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낼 수 있다면 SK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및 통산 4번째 우승도 좀 더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다. SK의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이름을 합치면 ‘세이예스’가 된다. 이런 수식어에 걸맞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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