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韓 울린’ 마크벨, 쿠바까지 꺾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08 15: 47

우연이 아니었다. 빠른 공은 아니었으나 베테랑의 오프스피드 피칭이 아마추어 최강팀 타선을 능숙하게 요리했다. 지난 2일 한국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투로 결정적 어깃장을 놓았던 네덜란드 좌완 디에고마 마크벨(33, 넵튠 로테르담)이 쿠바에 6이닝 1실점 선발승을 거뒀다.
마크벨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1조 첫 경기 쿠바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9안타를 내줬고 탈삼진도 없었으나(사사구 1개) 집중타를 피하는 노련미를 앞세우며 단 1실점으로 봉쇄했다. 팀은 6-2로 승리했고 마크웰은 기분좋은 선발승을 거뒀다.
최고구속은 130km대 후반으로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완급조절 투구를 펼쳤다. 정통 변화구 대신 직구 변종 투심 패스트볼로 배트 중심을 피하는 투구를 펼치며 땅볼을 연달아 양산했다. 탈삼진 하나 없이도 호투를 펼친 비결이다.

사실 마크벨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지는 못했으나 네덜란드 자국 리그 최고 에이스 중 한 명. 카리브해에 위치한 네덜란드령 쿠라카오 섬 출신인 마크벨은 지난 2월 24일 쿠바와의 연습경기에서도 5이닝 무실점의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며 5-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2011년 파나마 야구 월드컵에서도 쿠바를 꺾고 최초의 야구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는 데 일등공신이 된 투수다. 지난 2번의 WBC에서도 모두 출장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인 만큼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2일 한국전에서도 견제 동작에 대한 보크 논란이 있기도 했으나 어쨌든 집중타를 피해가는 노련미를 보여줬고 이는 한국의 패퇴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쿠바를 꺾는 데 크게 공헌하며 네덜란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2라운드 투구수 제한이 80구로 늘어났다고 해도 퀄리티스타트 기준에 다소 빠듯할 수 있던 투구수였으나 마크벨은 아랑곳없이 제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의 1라운드 탈락에 치명타를 안겼던 베테랑 좌완 마크벨. 그는 쿠바를 상대로도 제 본연의 투구를 유감없이 펼치며 한국전 무실점 호투가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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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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