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배우 최지우의 아역을 맡아 눈물 쏙 빼던 박신혜가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차 베테랑 배우가 됐다. '어린데 연기도 잘하네?'라는 칭찬은 어떤 남자 배우를 옆에 놓아도 '케미'가 돋는다는 말로 변했다.
연초부터 영화 '7번방의 선물', tvN 월화드라마 '이웃집 꽃미남'로 종횡무진하던 박신혜가 이제야 긴장을 좀 풀었다. 밀린 화보 촬영, 아시아투어 등 스케줄이 빼곡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찾았다. 특히나 '7번방의 선물'이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는 천만여배우라는 이름도 추가했다.
"이 정도까지는 기대 못했는데 첫 주에 백만을 넘기는 순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세구나'라는 걸 눈치챘죠.(웃음) 천만여배우요?(웃음) 그런 칭찬들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드라마 촬영 중이어서 무대 인사를 다니지도 못했거든요. 천만 관객 돌파 기념 파티를 다녀오긴 했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 기록이 더욱 의미를 갖는 이유는 박신혜가 올해로 데뷔 10년차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입지를 굳혀왔다는 점은 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다.
"데뷔 10주년에 천만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으니 더한 행복이 없어요. 모두 좋은 선배들을 만나 연기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따뜻한 감정을 가진 선배들과 함께 했다니 정말 꿈만 같네요."

동시에 박신혜는 '이웃집 꽃미남'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살아가는 외로운 캐릭터 고독미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 드라마는 자신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고독미가 엔리케금(윤시윤), 오진락(김지훈)의 헌신적인 사랑에 조금씩 변화해가는 모습이 로맨틱하게 그려지면서 특히 20대 여성 시청자층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윤시윤 씨는 굉장히 어른스러워요. 진지한데 깨금(엔리케금)이의 캐릭터를 가져오는 걸 보면 놀라울 뿐이죠. 연기하면서 부딪히는 부분도 생기기 마련인데 잘 받아줘서 후반까지 편하게 호흡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지훈 씨는 제 감정을 자신의 감정과 잘 어우러지게 콘트롤 해주는 힘이 있더라고요. 윤시윤 씨는 같이 만들어가는 데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김지훈 씨는 물 흘러가듯 몸을 맡길 수 있게 해주는 편안함이 있었어요."
박신혜의 말처럼 '이웃집 꽃미남'은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로 유명했다. 모이기만 하면 이야기꽃이 피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삼삼오오 모여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박신혜는 엔리케금을 향한 감정을 폭발시키기 위한 마인드 콘트롤을 해야했고 머리가 띵 할 만큼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제가 감정신을 찍을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해요. 어릴 때 제가 NG를 내면 스태프들이 많이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있어서요. 그 때 받았던 지적들이 기억에 남아서 강박관념처럼 됐어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이후에 좀 회복이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눈물신 앞뒤로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혹시나 실수할까봐요."

박신혜는 오는 3월 16일부터 아시아 여러 나라를 돌며 팬미팅을 갖는다. K팝 스타들이 아시아 투어를 갖는 일은 많았지만 배우, 그것도 여배우가 아시아투어를 진행하는 건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미남이시네요'가 사랑을 많이 받았고 '넌 내게 반했어'도 반응이 좋았다더라고요. 또 '이웃집 꽃미남'이 일본, 동남아 등에서 관심을 모으면서 기획을 하게 됐어요. 필리핀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할 계획이에요. 제가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불렀던 OST가 일곱 곡 정도 되거든요. OST도 부르고 현지에서 인기인 노래들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러려고요. 좋은 자리고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에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바쁘게 지낸 탓에 심신이 지쳤을 법도 하건만 박신혜는 "연기를 하는 일은 아직도 나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일"이라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카메라 앞에서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요. 3개월, 또는 그 이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 들어온 것처럼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이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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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