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광해’, 배수빈 연기 이정도였나 [리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03.08 18: 28

배우 배수빈의 흠 잡을 데 없는 1인 2역 연기가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다. 
배수빈은 광해/하선 역을 맡은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를 통해 지난 달 23일부터 무대 위에 올라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1,200만여명의 관객이 열광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재해석한 연극이기에 관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져 있지만 배수빈은 지난 2010년 연극 ‘이상 12月12日’ 이후 단 두 번째 서는 무대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무대 연기를 선보여 다방면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눈도장을 찍고 있는 것은 물론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대들보를 비대칭적으로 세워 비딱한 무대 위에는 위태로운 왕이 등장한다. 날카로운 눈매에 스산한 냉기가 흘러나오는 풍채에서 독설을 내뱉은 광해를 연기하는 배수빈은 벌게진 눈으로 관객석을 바라보고 호통을 쳐 극장 안은 쩌렁쩌렁 울린다.
배수빈의 광기 어린 모습 뒤로는 저잣거리에서 탈을 쓰고 춤을 추는 하선이 등장한다. 저잣거리의 왕 하선을 연기하는 배수빈은 유들유들하고 넉살 좋은 모습으로 광대들과 함께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어깨춤을 추고, 관객에 농담을 건네며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궁녀 사월과 중전에 포근한 미소를 건네는 따뜻한 남자이거나 백성을 생각하는 어진 왕으로 180도 변신한 배수빈의 하선에게서는 광기어린 광해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보는 이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간에서 광해와 하선을 표현해야 하는 배수빈은 작은 호흡과 걸음걸이, 눈빛과 몸의 선 등을 이용해 두 사람을 달리 표현해내며 100분이 넘는 시간동안 무대 위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과연 광해와 하선이 같은 사람인지 눈 앞에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는 배수빈의 열연은 영화의 감동을 잊지 못한 관객에, 또 연극을 통해 ‘광해’를 처음 접한 관객에게 모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극 ‘광해’는 뮤지컬 ‘런투유(스트릿라이프)’, ‘뮤직 인 마이 하트’, ‘카페인’의 극작·연출가 성재준이 연출하고 배수빈과 김도현이 광해/하선 역으로 출연한다. 또 박호산과 김대종(허균), 손종학과 김왕근(조내관), 황만익(박충서), 임화영(중전), 강홍석(도부장), 김진아(사월) 등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오는 4월 2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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