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프의 자존심을 지켰다. 대회 3연속 제패를 노리는 일본이 나카타 쇼(니혼햄)의 결승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대만에 연장 접전 끝에 힘겹게 승리를 거두고 승자전에 진출했다.
일본은 8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1조 대만과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터진 나카타의 결승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앞세워 4-3으로 고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일본은 앞서 쿠바를 6-2로 물리친 네덜란드와 10일 승자전을 갖는다.
반면 왕젠밍(무소속)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도 불구, 뒷심 부족으로 승리 기회를 놓친 대만은 9일 쿠바와 패자부활전을 갖는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는 팀은 2라운드 첫 탈락의 불명예를 안고 돌아가게 된다.

1회초 일본은 이바타 히로카즈(주니치)와 우치카와 세이치(소프트뱅크)의 연속 안타가 나왔으나 이바타의 도루자,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의 땅볼로 1회 선취점 기회를 놓쳤다. 대만 또한 2회말 린훙위(라미고)의 좌전 안타와 장치엔밍(EDA)의 유격수 내야안타로 2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천융지(퉁이)의 중견수 뜬공으로 0의 행진을 이었다.
선취점 주인공은 대만이었다. 3회말 대만은 궈이엔원(라미고)의 우중간 2루타에 이은 양다이강(니혼햄)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 린저쉬앤(휴스턴)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일본 선발 노미 아쓰시(한신)가 펑정민(슝디)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키며 1사 만루가 되었다. 노미는 린즈셩(라미고)를 1루수 파울 뜬공 처리했으나 저우스치(슝디)를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선실점한 일본은 노미를 강판하고 셋쓰 타다시(소프트뱅크)를 마운드에 올려 위기 타개에 나섰다. 셋쓰는 린훙위를 헛스윙 삼진처리하며 추가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일본은 4회초 이토이 요시오(오릭스)의 우익수 방면 2루타와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의 유격수 내야안타로 2사 1,3루 기회를 맞았으나 나카타 쇼(니혼햄)의 유격수 땅볼로 기회를 그르쳤다.
그리고 5회말 대만은 1사 2루에서 펑정민의 좌중간 1타점 적시타로 2점 째를 뽑았다. 왕젠밍에게 숨죽이던 일본은 7회초 2사 2루 득점 찬스를 맞아 좌완 궈훙즈(무소속)를 상대로 우타자 조노 히사요시(요미우리)를 대타로 내세웠다. 궈훙즈는 147km 직구 유인구로 조노의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8회초 일본 공격. 일본은 이바타의 중전 안타에 이은 우치카와의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 완벽한 찬스를 잡았다. 대만은 왕징밍(퉁이)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아베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내주며 2-1로 쫓겼다. 일본이 한 점 차로 추격한 동시에 무사 1,2루 기회가 이어지며 역전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 순간이다.
이토이의 번트 실패로 1사 1,2루로 변한 뒤 사카모토는 왕징밍의 공을 좌측으로 당겨쳤다. 유격수 린즈셩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이는 뒤로 빠졌고 그 사이 2루에 있던 우치카와가 홈을 밟으며 2-2 동점이 되었다. 왕젠밍의 승리 요건이 날아갔으며 일본은 역전의 꿈을 키운 순간이다. 2사 2루에서는 왕징밍의 폭투까지 나오며 2사 3루가 되었다. 대만은 천훙원(슝디)을 투입했고 천훙원은 나카타를 우익수 뜬공처리하며 역전 기운에 찬물을 끼얹었다.
위기 다음에는 기회가 왔다. 대만은 8회말 펑정민의 중전 안타와 린즈셩의 좌측 담장 직격 2루타로 무사 2,3루 찬스를 만들었다. 저우스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군’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의 공을 그대로 받아쳐 1타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3-2 재차 역전에 성공한 순간. 그러나 일본은 9회초 기어이 재차 동점을 만들었다.
2사 2루에서 이바타는 천훙원의 공을 공략해 유격수 키를 넘는 좌중간 1타점 안타를 터뜨리며 2루 주자 도리타니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3-3 동점이 된 극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일본도 우치카와의 우익수 뜬공으로 리드를 잡지 못했다. 대만은 9회말 대타 린이취엔(EDA)의 안타와 펑정민의 고의 볼넷으로 2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린즈셩이 삼진으로 물러났고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갔다.
연장 10회초 일본은 아이카와 료지(야쿠르트)의 우전 안타와 이토이의 볼넷으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사카모토가 3루 파울 라인을 타고 흐르는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2,3루에서 나카타에게 기회가 왔다. 나카타의 타구는 좌측 담장 깊숙히 흐르는 희생플라이가 되었고 이 틈을 타 3루에 있던 대주자 마쓰다 노부히로(소프트뱅크)가 홈을 밟았다. 이것이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다. 대만은 10회말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를 상대로 1사 1,2루 재역전 기회를 잡았으나 승패 향방을 뒤바꾸지는 못했다.
정규이닝 동안 잇달아 범타로 물러나며 찬스를 날렸던 나카타는 막판 결승 타점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했다. 최근 밀회 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 스기우치는 마지막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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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