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이하 정글) 뉴질랜드 편이 지난 8일 베일을 벗었다. 잘나가던 ‘정글’에 조작논란의 불씨를 지피며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만든 문제의 뉴질랜드 편인만큼 첫 방송에 쏠리는 시선은 많았고, 제작진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프로그램 구성에 있어 고민한 흔적을 드러낸 점은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정글’은 이날 뉴질랜드 편에 대한 전체적인 개괄과 함께 병만족이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부족의 생존 캠프에 참여하는 모습을 담았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는 제작진이 뉴질랜드라는 장소를 택한 이유와, 사전답사 과정, 그리고 현대화된 마오리 부족의 현재를 분명히 드러내며 뉴질랜드 현지의 모습에 담백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지난달 조작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과장연출에 대한 제작진의 사과와, 이를 반영한 연출로 보인다.
이 같은 점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대목은 병만족이 마오리부족의 생존캠프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문명과의 접촉을 차단한 마오리부족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현재, 이제는 마오리부족 체험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관광상품인 상황에서 제작진은 이를 수용하여 마오리부족의 생활상을 ‘체험’하는 생존캠프를 과감히 카메라에 담으며 야생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이에 마오리부족 ‘족장’ 대신 ‘교관’이라는 단어가 사용됐고, 지역사회 자문위원 역할을 하며 이 캠프의 교관을 겸임하는 그가 내뱉은 “시대가 변했어도 자부심을 갖고 전통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은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생존캠프 과정에 등장한 병만족의 박진감 넘치는 송어 잡기 모습 또한 편안한 시청을 유발한 대목이었다. 앞선 아마존 편의 경우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병만족의 혹사과정이 이어져 시청하는 데도 불편함을 초래했다면, 이번 생존캠프에서는 멤버 박보영의 상체 크기만 한 대형 송어가 꿈틀대고, 노력 끝에 이를 잡는 데 성공하는 병만족의 모습을 통해 지난한 고생담만이 ‘정글’이 주는 재미는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은 수확이다.
계속되는 시즌에 진화해야 한다는 강박과 그로 인해 벌어졌던 과장연출을 버린 대신 선택한 ‘초심’이라는 모토는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글’은 뉴질랜드 편을 통해 병만족에게 석기시대를 살게 했고, 일곱 번의 탐험이 거듭되는 동안 쌓인 노하우를 버리고 의복과 도구 없이 생존하는 이들의 모습은 자연과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공존 과정을 그리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로 읽힌다. 이는 그간 험난한 오지 탐험 과정에만 연연했던 ‘정글’의 확실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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