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프로야구가 겨울잠을 깨고 시범경기로 돌아온다. 9일 4개구장에서 일제히 열리는 시범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역시 광주구장 KIA-한화전이다. 스승 김응룡(72) 한화 감독과 제자 선동렬(50) KIA 감독이 '영광의 장소' 광주에서 첫 매치를 벌인다.
김응룡 감독과 선동렬 감독의 관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선 감독이 해태에 입단한 1985년부터 일본 진출 전인 1995년까지 11년을 함께 하며 전무후무한 한국시리즈 4연패 포함 6차례 우승 합작했다. 승부사 김 감독에게 선동렬이라는 확실한 에이스 카드는 우승 보증수표였다.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 감독이 삼성으로 옮긴 2004년에는 선감독이 삼성 수석코치로 보좌하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 감독은 선 수석에게 투수 운용 전권을 맡길 정도로 신뢰했고, 한 시즌을 마친 후 야구인 최초의 야구단 사장 승진과 함께 선 감독에게 사령탑 자리를 물려 주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김 감독은 사장으로서 별다른 말없이 묵묵히 선수단 뒷바라지에 힘썼고, 선 감독은 사령탑 데뷔와 함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루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10년까지 삼성의 사장과 감독으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선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께서 사장일 때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평생 야구만 해오신 분인데 하고 싶은 말씀이 얼마나 많으셨겠나. 하지만 6년 동안 '힘들지?', '도와줄 건 없냐?', '소신껏 해라'는 딱 세마디만 하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2010년을 끝으로 두 사람 모두 삼성에서 물러났지만 선 감독이 2011년 시즌 후 KIA 사령탑으로 컴백했고, 김 감독도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깜짝 인사로 한화 지휘봉을 잡으며 8년 공백을 깨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스승과 제자'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 감독은 "프로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다. 실력으로 붙어야 한다"며 개의치않아 했고, 선 감독도 "어쩔 수 없이 이겨야 한다"고 했다.
스승과 제자 모두 갈 길이 바쁘다. 김 감독의 한화는 창단 후 가장 오랜 기간인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며 암흑기를 헤매고 있다. '승부사' 김 감독을 영입한 것도 팀 체질개선을 이끌어달라는 의미다. 올해로 KIA에서 부임 두 번째 시즌을 맞는 선 감독은 지난해 4강 진출 실패 아픔을 딛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겨냥하고 있다. 시범경기이지만 팀을 만들어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스승과 제자는 이미 일본 오키나와에서 두 차례 연습경기를 벌인 바 있다. 2경기 모두 접전 끝에 한화가 3-2, 6-5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시범경기는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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