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관건은 결국 패스트볼이 되는가.
LA 다저스 류현진(26)이 3차례 시범경기를 통해 조금씩 적응 단계에 있다. 특히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3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류현진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현지 언론들은 물론 돈 매팅리 감독과 주전 포수 A.J 엘리스도 두터운 믿음을 나타냈다.
그러나 아직 물음표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고 있다. 이날 류현진의 피칭을 굿이어볼파크에서 직접 지켜본 ESPN 칼럼니스트 키스로는 "류현진의 투구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실망스러웠다. 특히 패스트볼이 평균 이하였다"고 평가했다. 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단장 보좌역 출신으로 오랜 시간 유망주와 해외 선수들을 분석해온 이 분야의 전문가다. 지난해 류현진이 포스팅을 선언한 뒤 현지에서 가장 먼저 랭킹에 류현진을 올리며 그의 메이저리그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로는 '패스트볼은 대부분 87~89마일(140~143km)를 형성했고, 90마일(145km) 이상을 넘지 못했다.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았다'며 '확실한 커맨드와 컨트롤을 갖고 있다면 80점 만점에서 45점 수준의 패스트볼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로는 류현진 주무기 체인지업에 대해서는 수준급 구질임을 인정하며서도 커브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실투가 되면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치기 좋은 위험한 공'이라고 혹평했고, 슬라이더에 대해 그마나 '각이 있어 커브보다 낫다'고 덧붙였지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였다. 확실한 서드 피치가 없다면 결국 패스트볼의 스피드와 구위가 더 중요해 진다는 뜻이다.
관건은 결국 패스트볼이다. 류현진의 지난해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3.7km이었다. 약 89.3마일로 2011년(142.2km)·2010년(141.5km)보다 더 빠른 공을 던졌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그보다 훨씬 빠른 패스트볼을 구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500개 이상 던진 선발투수 118명 중에서 105명이 89.3마일 이상을 기록했다. 좌완 투수는 41명 모두 84마일 이상 패스트볼을 던졌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첫 해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비교적 빠르게 연착륙한 데에도 기본적으로 빠른 패스트볼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이미 2011년 일본프로야에서도 평균 패스트볼 149.7km를 던진 다르빗슈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도 93.6마일로 평균 150.8km 패스트볼 구사했다. 기본적으로 빠르고 힘있는 공이 있어야 메이저리그의 힘있는 타자들을 상대로 싸우고 버틸 수 있다.
물론 류현진의 한국 시절 평균 패스트볼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류현진은 수년간 최약체 한화의 에이스였다. 매이닝 전력으로 투구할 수 없었고,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서는 완급조절이 필수적이었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류현진은 빠르고 힘있는 패스트볼을 뿌렸다. 투구수 100개가 넘긴 8~9회 이후에도 150km 이상 강속구를 던지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다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도 꾸준히 전력으로 투구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에서는 필요할 때만 전력투구했기에 매이닝 전력으로 투구한 경험이 많지 않다. 류현진의 패스트볼 스피드와 구위는 시즌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올라올 것이다. 중요한 건 패스트볼 스피드와 구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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