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전성기를 달렸어야 할 3년 간 두 번의 큰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심적으로도 큰 고통을 겪었던 투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성실한 데다 좋은 제구력을 갖추고 있어 팀 투수진에서 다목적 투수로 활용도가 높다.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투수부문 MVP로 뽑힌 ‘김지토’ 김상현(33, 두산 베어스)에게 2013시즌은 약속의 해다.
2001년 제주한라대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김상현은 2007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 투수진에 가세했다. 특히 2008년에는 선발-계투를 오가며 44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2.40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고 2009시즌 초반에는 선발진의 실질적 에이스 노릇을 하며 40경기 7승 6패(1완투패) 3홀드 평균자책점 4.72를 기록했다. 그해 히어로즈 마일영(현 한화)과 선발 맞대결을 펼쳐 94구 1실점 완투패를 당한 것은 비록 패했으나 대단한 임팩트를 남긴 경기였다.
그러나 2010시즌부터 김상현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시즌을 앞두고 정강이 부상을 당한 김상현은 뒤늦게 정밀검진 결과 골지방종이 발견되었다는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마치고 2011시즌 중 합류해 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치던 무렵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을 당해 일찍 시즌을 마감했고 결국 뼛조각 제거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또 올랐다.

지난해 완벽한 몸 상태를 위해 재활에 매달렸으나 성과가 확실히 나오지 않아 답답해 했던 김상현이다. 설상가상 지난해 5월에는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비보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지난 3년간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던 김상현은 이번 미야자키 전지훈련에서 라쿠텐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는 등 좋은 페이스를 보여줬고 선수단이 뽑은 캠프 MVP로 내야수 허경민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전지훈련에서 좋은 페이스를 갖춘 만큼 김진욱 감독은 김상현을 5선발 후보 및 롱릴리프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직 선발로 뛸 만한 한계 투구수는 완비하지 못했으나 제구력을 갖춘 만큼 유용한 투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 김상현에 대한 김 감독의 기대치. 큰 부상 두 번을 겪고 1군 전열 합류를 기다리는 만큼 너무 많은 부담을 짊어지게 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배려이기도 하다.
“경기 감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아팠던 지난 3년 동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요. 몸 멀쩡하고 야구를 못하면 남들이 쉬는 동안 더 훈련하고 더 열심히 뛰었으면 될텐데 아프니 뭘 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 그렇다고 나 자신에게 크게 뭐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답답했어요”.
시즌 예상 보직에 대해 김상현은 “부상도 겪고 해서 전지훈련에서 건강하게 던지고 있다는 자체가 내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선을 다해서 팀에서 부여하는 어떤 보직에서나 내 몫을 확실히 해내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답했다. 아프지만 않다면 마음 속 응어리는 확실히 풀릴 것이라는 것이 김상현의 속내다.
2011시즌 김상현의 선발 호투 경기를 중계하던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스플리터의 움직임이 좋다”라며 칭찬한 바 있다. 원래 김상현의 주된 변화구는 커브였으나 2008시즌 권명철 코치로부터 사사한 슬라이더를 장착하며 그 해 자신의 최고 성적을 올렸고 2년 전 또다른 무기를 장착했다. 한계 투구수만 아직 약간 못 미칠 뿐 선발로도 충분히 뛸 만한 구종 옵션을 갖춘 김상현이다.
“글쎄, 스플리터는 제 결정구라기보다는 보여주는 공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일단 실전에서 얼마나 타자들에게 통하느냐가 중요하니까. 시즌 목표는 크게 없고 아프지 않고 팀이 원하는 곳에서 제대로 뛸 수 있다면 좋겠어요”. 김상현은 무욕의 자세로 확실한 1군 전열 가세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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