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이 좋아 보이던데 경기 전에 뭘 먹은 것이 있는가”.-“음, 아이스크림과 물을 먹었을 뿐이다”(웃음).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을 입에 물고 장난스럽게 인터뷰실에 들어선 그는 낯선 영어 통역기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오른쪽 귀에 착용했다. 자유분방한 느낌의 첫 인상. 네덜란드 WBC 대표팀의 파워형 테이블세터이자 유격수인 조나단 스홉(22, 볼티모어 더블 A)은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WBC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더블A에서 뛰며 볼티모어가 주목하는 유망주 중 한 명이 된 스홉은 지난 8일 쿠바와의 2라운드 1조 경기에서 쐐기 스리런 포함 4타점을 올리며 팀의 6점 중 4점을 자신의 방망이로 획득했다. 또한 내야수비 면에서도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송구능력을 보여줬다.

2012년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선정한 유망주 100인에 스홉은 82위로 선정되었다.(탬파베이 이학주 44위) BA 선정 유망주 100인에 든다는 자체도 일단 쉽지 않은 일임을 감안해야 하고 볼티모어 팜이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는 점까지 떠올려보면 스홉은 팀에서 내심 대폭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유망주로 볼 수 있다. 이번 메이저리그 스프링트레이닝에서는 1경기 1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네덜란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제는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매니 마차도가 스홉과 더블A에서 키스톤 콤비를 이뤘던 바 있다. 원래 2루와 3루를 맡았으나 마차도의 콜업 후 스홉은 유격수로도 뛰며 자신의 야구 센스를 과시 중이다. 단, 생각만큼 그리 빠른 선수는 아니었다. 국내 리그에서 스홉과 비슷한 스타일을 찾자면 두산의 이원석을 떠올릴 수 있겠다.
쿠바전 6-2 승리 후 헨슬라이 뮬렌 감독과 선발승을 거둔 디에고마 마크벨은 모두 스홉의 활약을 칭찬했다. 뮬렌 감독은 “박빙 리드에서 스홉의 쐐기 스리런이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라고 밝혔고 마크벨은 “스리런에 수비까지 도와준 최고의 활약이었다”라고 극찬했다.
“다들 최근 배팅 컨디션을 칭찬하시니 감사하다”라고 운을 뗀 스홉은 ‘컨디션이 좋아보이던 데 특별히 뭘 먹은 것이 있는가’라는 농 섞인 질문에 “아이스크림과 물을 마셨을 뿐”이라며 웃었다. 스홉의 입가에는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숟가락이 물려 있었으며 테이블에는 물이 있었다. 그냥 앞에 물이 있길래 “물 마셨다”라고 한 정도다.
“큰 대회에 뛰고 있다는 데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뛰고자 한다. 이번 경기도 쿠바를 상대한다는 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그냥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뛰고자 했다. 경기 감각을 익히고 계속 휘두르다보면 배팅 컨디션은 순조롭게 더 올라갈 것이다”.
쿠바 격파의 선봉이 되며 네덜란드 돌풍을 태풍으로 이끌고 있는 주역 중 한 명인 스홉. ‘뮬렌호의 황태자’ 중 한 명이자 미래 볼티모어 내야진의 구성원이 될 가능성을 비추고 있는 스홉의 야구 인생은 어떻게 쓰여질 것인가.
farinelli@osen.co.kr
도쿄(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