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온 소감? 고향 온 기분이지".
한화 김응룡(72)감독이 오랜만에 '영광의 장소' 광주구장을 방문했다. 김 감독은 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 개막전을 적장으로 찾았다. 광주는 김 감독이 1983~2000년 해태 시절 무려 18년을 지휘하며 9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옛추억이 담긴 곳. 다시 현장의 사령탑으로 돌아온 기분이 남달라 보였다.
이날 경기 전부터 KIA 선동렬 감독은 스승의 방문을 맞이하고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선 감독은 구단 관계자들을 통해 "감독님은 도대체 언제 오시냐"고 체크하며 마중을 준비했고,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3루측 한화 라커룸으로 찾아가 직접 인사했다. 선 감독이 직접 감독실로 김 감독을 모시며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해태에서 11년, 삼성에서 7년을 함께한 스승과 제자가 적장으로 만난 건 자체가 화제거리였다.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담기 위해 사진 기자들이 바쁘게 발품을 팔았고, 김 감독은 선 감독과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자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 감독 뿐만 아니라 과거 해태 시절 김감독과 함께 한 KIA 관계자들도 예우를 차렸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광주구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고향에 온 기분"이라고 웃으면서도 "이런 말 원한 것 아닌가? 뭐 특별할 것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직 눈앞의 승부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감회에 젖을 여유가 없었다.
지난 2004년 삼성 시절 이후 8년 공백을 깨고 현장으로 돌아온 김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전력으로 붙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된 간판타자 김태균이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외국인 에이스 데니 바티스트가 선발투수로 나온다. 8명의 선수가 광주구장 인근 광주일고에서 특타를 할 정도로 힘을 쏟았다.
그동안 스프링 캠프에서 제외됐던 내야수 이학준과 외야수 김경언이 이날 각각 2번타자 2루수, 9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도 특징. 이들은 이틀 전 1군 선수단 합류했다. 김 감독은 "2군의 이정훈 감독이 좋다고 하길래 한 번 올려봤다. 얼마나 잘하려는지 볼 것"이라며 "우리는 신인이든 구인이든 가리지 않고 다 시험해볼 것"이라는 말로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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