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리더십'이 SK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서울 SK는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주 KCC와 경기서 애런 헤인즈(26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와 부상 투혼을 펼친 주희정(2점, 5어시스트)의 활약에 힘입어 73-6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41승9패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 상관없이 팀 창단 최초로 정규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지난 1999-2000 시즌 챔피언에 올랐던 SK는 이후 2002년 6강 플레이오프 진출한 것을 제외하고 가장 좋은 성적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SK는 가장 높은 곳에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됐다. 삼성시절 전성기를 구가한 문 감독은 인천 전자랜드를 거쳐 2005년 SK로 이적해서 5년간 뛰었다. 나이도 많았지만, 이 5년간 문경은은 전성기때 상상도 못했던 벤치멤버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다. 이후 전력분석 코치-2군감독을 거쳐 지난해 감독대행을 맡았고 올시즌 대행딱지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됐다.

우리나이 마흔에 감독이 된 문경은. 다른 이들에 비해 코치 경험이 적어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경은은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선수들, 특히 SK 선수들에게 볼 수 없었던 DNA를 만들어냈다.
최근 10년간 SK는 좀처럼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명망있는 감독들을 선임해 반전의 기회를 노렸지
만 쉽지 않았다. 또 NBA 출신 선수를 시작으로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1999-2000 시즌 이후 우승이 없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단 한번 뿐이다.
그러나 문경은 감독은 선수단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문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그러나 코트 안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이른바 '적성농구'를 통해 선수들을 바꿔 놓았다. 또 우스개 소리지만 뼈있는 이야기를 했다. 선수 문경은 보다 유명한 선수가 되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선수들은 감독의 이야기에 완전히 변하고 말았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김민수.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에 전념했던 김민수는 올 시즌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한 뒤 공격을 펼친다. 만약 자신이 해야 할 역할만 정확히 하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형님'의 이야기에 선수들은 완전이 젖어 들었다.
또 노장들에게도 역할을 부여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식스맨으로 변신한 주희정에게도 정규시즌 후반 들면서 역할을 부여했다. 그 결과 주희정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막판 김선형이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이 생길 수 있었지만 주희정이 완전히 채워 넣었다.
문 감독은 감독대행 시절부터 선수들에게 신망을 얻었다. 형님이라는 이름으로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올 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는 믿음이 함께 했다. 형님 리더십이 올 시즌 SK의 가장 큰 무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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