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악몽' 날린 SK 감격의 우승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3.03.09 17: 57

서울 SK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으며 프로농구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레전드 악몽'을 날렸다.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서울 SK는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주 KCC와 경기서 애런 헤인즈(26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와 부상 투혼을 펼친 주희정(2점, 5어시스트)의 활약에 힘입어 73-6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41승9패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 상관없이 팀 창단 최초로 정규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지난 1999-2000 시즌 챔피언에 올랐던 SK는 이후 2002년 6강 플레이오프 진출한 것을 제외하고 가장 좋은 성적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SK는 가장 높은 곳에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게 됐다

SK의 이날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SK는 40승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까지 '매직넘버 1'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는 SK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SK의 우승은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프로농구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승부조작 의혹 속에서도 꿋꿋이 일궈낸 값진 우승이라는 점이다. 지난 5일 갑작스럽게 불거진 승부조작 의혹으로 인해 검찰에 출두한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에게 끝끝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프로농구계는 깊은 우울에 젖어들었다. 현직 사령탑이자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이며, 한국 프로농구계의 레전드인 강 감독의 존재는 그만큼 컸다.
강 감독은 지난 검찰 소환에서 12시간에 걸쳐 자신의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BL은 긴급 이사히를 소집해 이번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언론과 대중의 관심도 강 감독에게 집중됐다. 농구계의 분위기는 침울했고, 팬들은 농구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팀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에 들떴던 SK는 졸지에 초상집 속에서 잔칫상을 차려야하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차갑게 얼어붙은 코트 위에서도 선수들의 활약은 여전했고 문경은 감독 역시 침착하게 팀을 지휘했다. 농구계를 뒤덮은 암울한 분위기를 날리고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녹아있는 것만 같았다.
그 노력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 모비스 전에서 아쉽게 놓친 승리를 기어코 잡아낸 SK는 결국 이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정식 감독이 된 문 감독은 초보 감독이라는 딱지를 떼고 우승팀의 사령탑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구단 최초의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위업을 이룬 SK는 농구계를 뒤덮은 '레전드 악몽'을 축포에 실어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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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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