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하면 끝나는 순간. 경기 초반이었던 만큼 투수진에서 꺼낼 수 있던 최선의 카드를 꺼냈으나 결과는 치명적인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것도 좀 더 안정된 수비가 뒷받침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던 순간이다. 좌완 양야오쉰(30, 소프트뱅크)의 1아웃 4실점은 결국 대만을 2라운드 첫 번째 탈락팀으로 만들었다.
대만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제3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1조 패자부활전에서 0-14로 7회 콜드게임 완패했다. 8일 일본에 연장 접전 끝 3-4로 석패했던 대만은 이날 경기까지 패하면서 2라운드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팀이 되고 말았다.
1회 프레드리히 세페다에게 선제 우중월 투런을 내주며 몰린 대만은 3회 2사 1루에서 선발 로칭룽을 내리고 양야오쉰을 투입했다. 양야오쉰은 지난 5일 1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2⅔이닝 1피안타 3사사구 무실점으로 경기 분위기를 끌어온 바 있다. 내용 상 호투는 아니지만 주루사 등에 편승해 어쨌든 대만의 2라운드 진출에 공을 세웠던 양야오쉰이다.

특히 양야오쉰은 전날(8일) 왕젠밍이 선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며칠 간 등판시킬 수 없는 가운데서 대만에서는 그나마 길고 믿음직하게 던져줄 수 있는, 내세울 수 있는 투수였다. 지면 끝인 만큼 양야오쉰은 대만이 내세운 최후의 보루이자 방파제였다. 3회 양야오쉰은 첫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를 1루 땅볼로 잡아내며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4회 양야오쉰은 기대에 완전히 어긋나고 말았다. 여기에는 2루수 궈옌원의 미숙한 수비가 발단이 되었다. 세페다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으나 원래 제구보다 구위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임을 감안하면 넘어갈 수 있던 부분. 그러나 호세 어브레유의 번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단이 났다.
어브레유는 홈플레이트 가까운 지점 1루 측으로 번트를 성공시켰고 양야오쉰이 이를 잡았다. 그런데 2루수 궈옌원의 베이스커버가 늦었다는 것이 문제. 양야오쉰은 궈옌원이 1루 베이스에 안착하기 전 송구했고 결국 이는 궈옌원의 글러브 위로 날아가며 우익수 앞으로 흐르는 악송구가 되었다. 송구 실책은 양야오쉰에게 주어졌으나 엄밀히 따지면 궈옌원의 늦은 베이스커버가 그 빌미였다.
투수는 예민하다. 실책으로 인해 1사 2루가 무사 2,3루로 바뀌는 악재를 맞은 양야오쉰은 결국 알프레도 데스파이녜에게 1타점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1실점했다. 동요를 놓치지 않은 후속타자 야스메니 토마스는 양야오쉰의 초구를 그대로 걷어올려 우월 쐐기 스리런으로 연결했다. 양야오쉰이 마운드를 내려가던 순간 점수는 순식간에 6-0이 되었다.
일본전이 끝난 후 셰장헝 감독은 양야오쉰의 쿠바전 등판 시점에 대해 "특별히 정해놓지 않았다"라면서도 "위급한 순간에는 양야오쉰이 나가게 될 것"이라며 가장 믿는 투수라는 점을 비췄다. 그러나 양야오쉰은 볼넷과 실책에 평정심을 잃으며 결국 쐐기점을 내줬다.
믿었던 투수가 무너지자 대만의 상실감은 극에 달했다. 결국 대만은 6회에만 추가로 8점을 내주며 콜드게임 굴욕 속에 가장 먼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전날(8일) 디펜딩 챔프 일본을 위협했던 그 팀 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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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일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