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의 어저께TV] 유재석은 역시나 특별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인지, 그런 사람이기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인지, 어쨌든 '국민MC'는 남다른 것이 분명했다. 유명 연예인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길거리 시민들을 마주할 때 더욱 빛이 나는 유재석이다.
어저께(9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은 택시기사 일일체험에 나선 멤버들의 여정으로 채워졌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수납금 10만원 달성을 위해 택시를 몰고 거리로 나선 멤버들, 이날 일곱 대의 택시는 시민들의 웃음 혹은 한숨을 담아 쌩쌩 달렸다. 아무 의심 없이 택시를 탄 시민들은 멤버들과의 대화를 통해 각자의 일상을 털어놓기도 하고 꿈을 말하기도 했고 시름을 토로하기도 했다. '좀 특이한 기사양반이네'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손님들은 뒤늦게야 '무도' 멤버들을 알아보곤 웃음보를 터뜨렸다. 좁은 1평 공간에서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등을 마주한 시민들은 거짓말 같은 순간에 얼떨떨해하면서도 잊지 못할 추억 보따리를 끌어안고 내렸다.
'국민MC' 유재석의 진가는 이날 만개했다. 단순히 그가 뛰어난 진행 능력을 무기로 여러 개의 인기 예능을 주무르고 있다고 해서 국민MC인 건 아니었다. 거리에서 만난 다양한 시민들에게 몸을 낮춰 친절하고 진심으로 배려하는 자세 하나하나에서 말 그대로 국민의, 국민을 위한 독보적인 캐릭터가 확인됐다. 유재석은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가 퇴원하는 버스 기사와 아내를 태웠다가 비정규직의 힘든 현실을 들었다. 그 순간, 완벽히 들어주는 청자의 입장에서 그는 묵묵히, 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손님을 응대했다. 운행이 끝나고 내리는 부부의 짐을 손수 옮겨주며 끝까지 공손한 인사를 건네는 유재석은 늘 보여주던 그 모습 그대로 인간적이었다. 또 유재석을 몰라보고 "MC해도 되겠다"는 덕담을 건네는 손님에겐 능청으로, 이런저런 시민들의 웃음꽃이 피어났고 도란도란 수다가 이어지며 유재석 택시는 달렸다.

유재석은 '무도'를 비롯해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등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시민들과 마주친 모습이 종종 방송을 통해 비춰졌다. 일초를 다투며 멤버들을 추격하고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늘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공손한 인사를 건네고 시민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그의 훈훈한 모습은 이미 유명하다. 그렇게 시민들 속에 섞여 있는 유재석은 왠지 친근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주름이 자글한 손을 덥석 잡고 '유재석이다, 메뚜기다!'라고 외치며 뛰어오는 철없는 꼬마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은 늘 보아오던 대로 한결 같다.
그래서 '국민MC'의 자격이란 높은 시청률, 거액의 출연료로만 매길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인기가 많고 잘 나간다고 해서 모두가 '국민MC' 타이틀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정상의 위치에서도 모나지 않고 튀지 않으며 유난스럽지 않은 사람, TV에 나오는 최고의 MC지만 만나면 좋은 친구 같은 사람, 이것이 유재석에게 국민MC 타이틀이 따라붙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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